그대 없는 가을이
올해도 어김없이 도착하였소
낙엽은 제 속을 비우며 떨어지고
바람은 마음 깊은 곳을 스치더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대가 좋아하던 거리를
그대 없이 걸어보았지요
함께 했던 날보다
함께하지 못한 날이 더 많아지자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말이 없어지더이다
가을은
물든 나뭇잎보다
떨어진 뒷모습이 더 오래 남는 계절
나는 이제야
그대가 왜 이 계절을 좋아했는지
조금 알 것도 같소
그믐이 가까워질수록
가을은 더 깊어지오
마치
그대가 조용히 다녀간 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