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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머차차 Sep 28. 2022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소아 뇌전증 (※눈물 주의)

4부. 소아 뇌전증, 그 싸늘한 추억

지금 생각해도 서늘하고 아찔한 내 아이의 '뇌전증'에 대해 풀어보려고 한다. 
 
*뇌전증(Epilepsy)
뇌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 흥분 현상에 의해 발생되는 다양한 형태의 발작(Seizure)이 반복되는
질병을 말합니다. 전체 뇌전증 환자의 약 70%는 약물 치료만으로 발작이 조절됩니다. 

<세브란스 환자.보호자를 위한 질병안내책자 참고>
 

도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남편이 약속이 있어서 아이와 친정에 건너가서 자기로 했다.(그날 친정으로 건너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날도 기절하듯 자고 있는데 친정엄마가 소리치는 게 들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가 토를 하고 있었다. 급하게 거실로 옮기니 의식이 없고 전신이 강직되고 얼굴색이 파랗게 되는 모습까지 보였다.


뇌전증 증상들은 한꺼번에 일어났다.

처음 보는 아이의 모습에 무섭고 멘탈은 이미 나갔다.

출처 : pixabay

*발작(경련)은 부분발작전신발작으로 구분됩니다.

부분발작은 대뇌피질의 일부 국소부위에서 기인한 발작을 의미하고 전신발작은 대뇌의 광범위한 부위에서
동시에 양측이 대칭적으로 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부분운동발작 : 한쪽 손이나 팔을 까딱까딱하거나 입꼬리가 당기는 형태가 있습니다.

-복합부분발작 : 하던 행동을 멈추고 초점 없는 눈으로 한 곳을 멍하게 쳐다보는 증상이 있습니다.

-이차성 전신발작 : 발작 초기에는 단순부분발작이나 복합부분발작의 형태를 보이다가 이상전위가 뇌반구의

 양측으로 퍼지게 되면 쓰러져서 전신이 강직되고 얼굴이 파랗게 되며(청색증) 소변을 바지에 지리거나 혀를 

 깨무는 증세가 나타나다 팔다리를 규칙적으로 떨게 되는 형태가 있습니다. <대한뇌전증학회 책자 참고>

  *아이가 겪었던 경련 위주로 작성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가기 위해 119를 불러야 하는데 손이 너무 떨려서 119를 누르는 것도 몇 번이나 틀렸다. 다행히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 자리가 있어서 119를 타고 가며 엉엉 울었다. 도착해서 아이는 겨우 의식을 찾았다.


눈에 천천히 초점이 돌아오고 어눌하지만 대답을 하는 아이를 보며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뇌파검사(EEG), 뇌 MRI를 촬영했고 강한 경련파가 나오고 있다는 결과를 들었다.

 

뇌전증 약물치료 시작!

경련을 조절하기 위해 항경련제 약을 먹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내키지 않고 부작용도 걱정이 되어 “꼭 먹어야 하나요?”라고 바보같이 질문했던 기억이 있다.


*처방대로 항경련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약 2년 이상 경련이 없는 경우 서서히 감량하여 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대한뇌전증학회 책자 참조>


그 후에도 저녁에 자다가 구토를 하며 경련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숨을 못 쉴까 봐 입에 손을 넣어 토사물을 빼내고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아이를 흔들거나 물을 먹이려고 했다.

나중에 병원에서 이런 행동은 위험할 수 있다고 들었다.
  
 *경련이 멈출 때까지 환자가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변에 뾰족하거나 단단해서 환자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치워야 합니다.

 -경련 중인 환자를 누르거나 팔다리를 억지로 붙잡지 않도록 합니다.

 -환자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 눕혀서 토사물이 기도를 막지 않고 숨쉬기 편하게 해야 합니다.

 -손가락을 입안에 넣어 억지로 입을 벌리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혀를 이로 깨물고 있는 상태라면 나무 막대 등을 이 사이에 물려서 이동시키도록 합니다.

 -상비약 등을 입으로 투여하면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폐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대한뇌전증학회 책자 참고>
 

반복되는 경련

다음 해에 경련을 연달아 반복하고 진정되는 상황이 있었다. 경련 후 진정이 되기에 집에서 쉬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을 먹다 허공을 응시하더니 힘없이 쓰러졌다. 놀라서 바닥에 눕혀놓으니 팔을 규칙적으로 떨고 안면 근육도 떨리고 심지어 혀를 깨무는 모습도 보였다.

자다가 경련을 하는 건 봤지만 일생생활 중에 경련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멍하게 초점이 없는 아이의 표정이.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어서 무서웠다.


전날 입원을 했다면 다음날 경련할 때 병원에서 빠른 조치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반복되던 경련이 우선 진정되었다고 집에 있기로 한 결정이 후회스러웠다.

 

코로나가 심하던 때라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은 자리가 없었다. 자리가 있는 곳까지 119로 이동을 해서 겨우 응급실에 들어왔다.


응급실에 들어와서  강하게 경련을 했고 병원에서 경련 끊는 약을 주입했다. 그제 겨우 경련을 멈출 수 있었다.


출처 : pixabay

*하루에도 수 회 이상 경련을 반복하거나 경련이 5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경련에 의해 뇌 손상이 초래되는 경련 중첩 상태(경련이 15분 이상 지속되는 상태)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응급처치가 가능한 병원으로 빨리 옮겨야 합니다. 경련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약물치료가 유일합니다.<대한뇌전증학회 책자 참조>


뇌전증 진단명 찾아내다!
뇌파검사(EEG)를 다시 했는데 '양성롤란딕 뇌전증'으로 진단을 받았다. 경련 조절을 위해 새로운 항경련제 약도 추가되었다. 이런 상황이 끝이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지치고 예민해 있었다.


'양성롤란딕 뇌전증'은 청소년기에는 회복된다고 하니 어떤 점에서는 안도가 되었고 늘 불안하고 뿌옇던 앞이 조금은 맑아진 느낌이었다.


*양성롤란딕 뇌전증(Benign Rolandic Epilepsy)
소아에서 주로 수면 중 한쪽 얼굴과 입 주변의 감각 이상이나 떨림이 주된 발작의 형태로 일부는 전신 발작의 형태로 발견되기도 합니다. 매우 특징적인 형태의 뇌파 소견이 진단에 도움을 주고 15~16세 이전 회복됩니다

진단받은 환자의 약 10~20%에서만 빈번한 발작으로 약물 치료가 필요하며 이런 경우에도 비교적 적은 용량의 항경련제로도 발작이 잘 조절이 됩니다.<세브란스 환자.보호자를 위한 질병안내책자 참조>

출처 : pixabay

이후에는 일상생활 중에도 경련을 하기 시작했다.


등산이 아이 발달에 좋다고 해서 치료수업이 끝나고 숲 체험장에 주차하고 돌아보니 자는 줄 알았던 아이는 허공을 바라보고 입꼬리가 당기는 모습으로 경련을 하고 있었다.


말을 걸어도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바로 119를 불러서 응급실로 이동을 했다. 다행히 금방 의식을 찾아서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점심을 먹다가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면서 뒤로 넘어간 경우도 있었다. 마침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터라 거실에 눕힐 수 있었고 구토와 팔을 까딱까딱하는 경련을 5분 이내로 했다. 5분을 넘지 않고 한 번이었기에 집에서 쉬기로 했다.


경련이 있을 때마다 ‘소아신경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항경련제 종류를 바뀌거나 용량을 조절했다.


지금 먹는 약 종류와 용량이 아이와 맞아서 안정세에 있는 상태다. 최소 2년 정도 경련을 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하길래 제발 경련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경련을 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그동안 치료수업을 다니며 발달을 쌓아 놓은 게 경련으로 와르르 무너져 있는 걸 보는 것도 마음이 쓰리다.


호명반응이 떨어지거나 눈 마주침도 적어져서 다시 예전 수준까지 올리는데 시간이 걸렸다. 

말을 안 하거나 언어표현이 퇴행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

'경련은 정말 조심해야 하는구나.'싶었다.
 
 *경련의 지속시간이 길어지면 그에 비례하여 뇌손상의 위험도 증가합니다. <대한뇌전증학회 책자 참고>


뇌전증 전조증상부터 평소 관리까지
요즘에는 경련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트레스 조절, 규칙적인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다크서클이 유독 짙거나, 자다가 소변 실수를 한다던지 감정 기복이 심한 피곤한 모습을 보이면 경련으로 이어지는 경우 있어 치료수업이나 유치원을 가지 않고 쉬곤 한다.

전에는 조급한 마음에 치료수업이 끝나고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숲 체험이나 키즈카페에 갔다.

이제는 치료수업이 있는 날에는 놀이터에 가는 정도만 한다. 같은 반 친구들과 약속을 잡게 될 때에는 가급적 치료수업이 없는 날로 하려고 하고 있다.


잠은 꼭 규칙적으로 재우려 하고 라벤더 샤워젤이나 숙면에 도움 되는 아이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규칙적인 수면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갑자기 잠을 줄이거나 불규칙은 수면 습관은 경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학습이나 운동, 단체 생활 등을 일부러 제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증상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대한뇌전증학회 책자 참조>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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