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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Aug 21. 2020

사돈 우리딸 좀 보내주세요.

큰 일은 작은 일부터 시작된다.

어머님은 명절에 나를 집에 보내주시지 않는다. 아니다. 보내주시지 않는 게 아니라 형님들을 다보고 나서야 보내주신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큰형님의 남편인 큰아주버님은 맏아들이다. 큰형님의 시어머님이 몇 년 전에 돌아가셨기에 큰형님은 큰며느리로써 시댁에서 제사를 지내고 오신다. 그리고나서 형님은 시누이들이 친정집에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시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오신다. 형님도 시누이를 기다려 밥을 먹고 와야 하기에 명절 당일 늦게나 순천집에 도착한다. 다행히 작은 형님은 명절 당일 일찍 출발해서 순천집으로 오기 때문에 작은형님은 일찍 볼 수가 있다.   

  


큰형님까지 다 보고 가려면 우리는 명절 당일 늦게 출발하거나 그 다음날에 출발을 한다.

시댁에서 며느리가 하나뿐인 나는 명절되기 전에 시댁에 와서 명절을 다 보내고 친정으로 간다.     

나는 무남독녀 외딸. 그리고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기에 엄마는 명절마다 아버지의 제사를 지낸다.

하나뿐인 딸이 결혼 한 다음부터는 딸 없이 제사를 지내신다. 다행히 친척들이 주위에 살기에 엄마와 함께 제사를 지내지만, 그래도 나의 마음은 아프다.     

어머님은 그런 나의 사정을 알면서도 나를 집에 보내시지 않는다.


본인의 자식들이 명절 때나 다 같이 모이지 언제 모이냐며 자식들이 명절에 다 모이는 것이 너무 좋다고 하신다.

‘명절에만 우리가 다 모인다고? 거짓말!’

형님들과는 아버님의 생신에 모이는 뿐만 아니라 여름휴가에도 형님들과 같이 보낼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예외라고 생각하시는 건가?’   야속하다.


본인에게 명절이면 사돈인 우리엄마한테도 명절이다.

우리 엄마도 분명 하나 뿐인 딸을 명절에 보고 싶을 것이다. 그것을 시어머님은 모르시는 것일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내가 명절에 형님들을 보고 싶지 않은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시댁에 갔다 온 형님들은 본인들이 일을 많이 했으면 내가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는지 궁금해 한다. ‘내가 고생했으니 너도 고생해라라는 식인가?’      

더욱 나를 힘들게 하는 건, 형님들이 내 앞에서 시댁 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형님들과 함께 동조하고 본인들이 나에게 이해받기를 원한다. 본인들이야 친정 와서 시댁욕을 하는 것이지만 나는 시댁에서 형님들의 시댁욕을 듣는 것이다.

     

뭔가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특히 큰형님은 명절에 시댁일로 큰 아주버님과 싸우고 친정에 들어오는 일이 많다.

그 기분 나쁜 감정을 친정 와서 푸는 것이다. 푸는 것까지는 좋다. 친정이니 친정에서라도 기분을 풀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불똥이 나에게까지 온다. 그날로 아주 사사로운 형님의 짜증으로 사건이 시작됐다.     

작은 형님은 집을 팔았다는 나에게 걱정스럽게 물어보았다.

미선아 집을 왜 팔았어? 그냥 전세끼고 있지”

“형님! 남편이 대학원을 다녀서 한 학기마다 500만원이 넘게 돈이 들어가요. 세인이 재활비에 보청기 값도 천만이나 됩니다. 남편 월급으로는 대출이자내고 감당하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세인이 재활을 다녀야 해서 제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것도 못하게 되었고요. 저의 가진 돈으로 다른 곳의 전세도 못가서 그나마 전세 값인 싼 엄마 집에 들어가는 거예요. 저도 엄마 집에 들어가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집을 전세끼고 저희가 전세로 가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죠!”     


남편이 부엌으로 들어와 스파클링을 따라 마신다.

큰형님: (짜증나는 소리로) 너는 돈도 많나 보네 이런 걸 먹고..

남편:(황당한 표정으로) .....     


또 시작이다. 큰형님의 시댁 스트레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래서 저희가 못사는 거예요” 쏘아붙였다.     


음식하시며 이 상황을 지켜보시던 시어머님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변화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손윗사람인 형님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 화가 나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명절날 시댁에서 시누이를 보는 것이 싫다.

서로 기분이 나쁠 때 만나는 것이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우리는 집으로 올라왔다.

집에 도착했다고 남편이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어머님은 남편에게 화를 많이 내셨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남편이 알려주지 않아 모르지만 대충 내용은 이렇다.     

“너희가 그렇게 돈이 없냐? 그래서 나한테 돈을 보태달라고 그러는 거야?”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다만, 내가 집을 왜 팔았어야만 했는지를 설명한 것뿐이다. 적어도 우리의 상황을 가족들이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황당했다 ‘내가 어머님께 돈을 달라고 했다고? 내가 언제?’

황당하고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하지만 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나는 더 이상 힘이 없었다.


둘째의 난청을 늦게 발견하고 죄책감에 쌓여있던 나는 지쳐가고 있었고, 스스로 오해를 한 어머니를 이해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우선 나는 내 발등에 불인 나의 딸의 일부터 불을 꺼야만 했다.      


그러나 화를 이기지 못한 어머님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셨다.     

다음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미선야~ 시댁에서 무슨 일 있었니?

나: 아니 왜?

엄마: 그냥...     

느낌이 이상했다....그리고 느낌으로 알았다. 어머니가 또 우리엄마에게 전화를 했구나!!!

이번이 3번째!!!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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