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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Jan 28. 2021

관심을 잡아라 그리하면 부자가 될지어니

21세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관심경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관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또는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광고를 하거나 대대적인 이벤트를 개최하곤 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은 과거와 차원을 달리 하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관심경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관심을 둔다는 것은 비즈니스 차원을 떠나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속성이기도 하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든, 호불호의 감정에 이끌려서든 우리가 지닌 관심의 촉수는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관심의 크기와 강도에 비례하여 삶의 활력이 넘쳐흐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 당신이 세상만사에 특별한 관심이 없고 흥미를 잃은 상태라면, 어느덧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나온 뜨거운 관심에는 남녀노소의 차이가 무색하다


관심을 뜻하는 영어단어는 'interest'와 'attention'이다. "요즘 나는 채식에 관심이 있어" 또는 "예전부터 너는 지구환경에 관심이 많더라"의 경우처럼, 다소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관심을 말할 때 interest가 적합하다. 반면 "승객 여러분, 관심을 기울여 주십시오" 라거나 "지금 가장 관심이 뜨거운 아이돌 그룹이야"의 사례처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관심에 해당하는 단어가 attention이다.


요컨대 관심이라는 스펙트럼에는 단기간에 얼마나 집중력이 높은지, 얼마나 구체적인 대상을 향하는지에 따라 interest부터 attention까지 다양한 층위의 감정이 존재한다.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심, 돈을 벌 수 있는 관심은 당연히 attention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관심을 기울이다'라는 영어 표현이 'pay attention to'라는 점이다. 라틴어를 사용하던 고대 로마인들도 attention의 물질적 가치를 알았던 것일까?

 


   

관심이라는 인간의 추상적인 감정을 측정 가능한 정량지표로 전환하여 비즈니스 차원에서 활용하려는 시도는 20세기 후반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백화점에서 신용카드 실적을 반영하여 신상품 DM을 발송한다든가, TV 프로그램 시청률에 기반하여 광고료를 책정한다든가 하는 기법들이 대표적이다. 어떡해서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를 알고 싶어 하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통해 성별, 연령별 특성이나 가족 단위의 취향을 파악할 수는 있어도 개인의 구체적인 관심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개인보다는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마케팅은 투입된 예산에 비해 효과가 미심쩍었다. 30대 여성이라 하더라도 육아에 정신없는 전업주부와 미혼의 커리어우먼이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관심과 미스 매칭된 상품광고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실제로는 별 소용이 없었다.


지금 당신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에는 TV,  라디오, 전축, 컴퓨터, 쇼핑 등 거의 모든 기능이 담겨 있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기업들이 그렇게 갈망하던 개별화된 맞춤형 광고의 시대가 마침내 실현되었다.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고, 다양한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혁명적인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집 거실에만 덩그러니 존재하던 TV와 전축, 컴퓨터가 이제는 조그마한 스마트폰 속에 통합되어 각자의 손에 쥐어졌다. 가끔 백화점에 가서 주로 엄마의 선택에 의존하던 쇼핑이, 누구나 언제든 클릭만 하면 취향에 맞는 상품을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변했다.


동영상 스트리밍과 과감한 제작 투자로 글로벌 방송영상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넷플릭스는 멀티 프로필 기능을 통해 개인의 취향을 파악하고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누구든지 쉽고 편리하게 접속할 수 있는 유저 인터페이스와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드라마와 영화를 쉴 새 없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갖춘 넷플릭스는 현재 동종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초기화면에 담긴 멀티 프로필 기능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 역시 포토 태그, 무한 스크롤링, 라이킷, 자동 추천 등 다양한 기능을 장착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이용자가 오랫동안 사이트에 머물면서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당신이 시도한 모든 검색, 구매, 추천 행위들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통해 당신의 입맛에 맞는 세상과 광고를 제공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당신이 주로 사용하는 검색 포털과 소셜 미디어, 온라인 쇼핑 사이트들은 당신이 검색하고 즐기고 쇼핑한 모든 행위들을 당신만의 '관심'으로 분류하고 저장한다. 이렇게 축적된 당신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재가공하여 원하는 곳에 제공하면서,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생산과 소비, 무역이 중심을 이루던 경제 패러다임이 어느덧 취향과 정보에 가치를 둔 21세기형 관심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관심경제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곳은 기업만이 아니다. 블로거,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는 온라인 활동가들 역시 21세기에 새롭게 떠오른 직종이다. 이들에게 막강한 힘을 부여하는 지표는 구독자 수와 조회수로 대표되는 인터넷 유저들의 관심이다. 유튜버에게 구독자 수는 수익과 직결되며 이를 기반으로 각종 파생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말 그대로 관심이 곧 돈인 셈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연예계와 스포츠계 스타들에게 주로 관심을 쏟았다. 탁월한 외모와 뛰어난 체력을 자랑하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스타들은 대중들의 높은 관심에 비례하여 출연료와 연봉이 책정되었다. 때로는 그들이 받는 천문학적인 개런티에 놀라기도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아름답고 현란한 모습 속에서 대리만족을 하며 흡족해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관심경제 시대의 온라인 셀럽들에게는 이런 모습을 발견하기 힘들다. 게임방송을 진행하며 몇 시간 동안 고성과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얼마나 많이 먹는지 과시하기도 하고, 특별한 것 없는 자신의 일상을 코믹하고 엽기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일반 회사원 월급의 수십 배만큼을 한 달 수익으로 벌어들였다. 아마추어 개인채널이 지닌 신선함과 파격스러움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환호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는 과도한 몸부림은 종종 비상식적인 사회문제로 비화하기도 한다. 아니면 말고식의 고발을 일삼는 유튜브 채널이나 관종 차원에서 엽기, 혐오장면을 연출하는 개인방송이 등장하여 여론의 지탄을 받곤 했다. 수익에 눈이 멀어 협찬을 감추고 짜고 치는 홍보방송을 하려다가 발각되어 시장에서 퇴출된 경우도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막장 행태는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관심을 받고 돈을 벌 수 있을까? 2006년 <관심의 경제학>(Attention Economy)을 출간하며 관심을 경제의 영역으로 불러들인 토머스 데이븐포트 교수는 8가지의 관심 끄는 요령을 제시했다. 피터 드러커, 토마스 프리드먼과 함께 세계 3대 경영전략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그는 IT와 빅데이터 전문가이기도 하다.


첫째, 내용과 형식, 어조에 변화를 줘라. 둘째, 줄거리를 적절하게 알려주면서 흥미를 유지하라. 셋째, 편리하게 그만둘 수 있는 출구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입구를 마련하라. 넷째, 현실성과 선명함을 부여하라. 다섯째, 수천번의 평범한 메시지보다 단 한 번의 독특한 메시지를 전달하라. 여섯째, 음식, 섹스, 어린이, 건강, 재해 등은 늘 관심 끈다. 일곱째, '나'를 떠올리게 하거나 내가 닮고 싶은 사람, 유명인사가 등장하게 하라. 여덟째, TV 같은 수동적 미디어보다 온라인게임 같이 적극적인 미디어를 활용하라.  


받는 것만큼 주는 것도 중요한, 너무나 인간적인 '관심'이 21세기에 들어 '돈'이 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수익과 직결되는 관심경제는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참신한 수익모델을 창출하기도 하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루기도 한다. 과연 우리는 자신의 소중한 관심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폭넓게 사용하고 있는지,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하게 다른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는지 다시 한번 차분히 자문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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