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오늘을 살아가면서도 내일을 두려워하며 불안을 느낄까요? 진료실을 찾는 많은 분들이 '불안하다'는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하지만, 그 불안이 왜, 어디서 오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불안은 당장 오늘,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아직 닥치지 않은 막막한 미래의 일에 대한 불안인 경우가 많죠.
이럴 때일수록, 두렵고 피하고만 싶었던 불안의 진짜 얼굴을 마주해 보도록 권하곤 합니다. 막연했던 불안의 실체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그 크기가 줄어들기도 하니까요. 물론, 불안의 실체를 아는 것만으로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호르몬 불균형이나 불안으로 인한 다양한 신체 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더불어 불안을 다루는 방법을 함께 연습하며 대처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죠.
특히,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분들께는 '지금, 여기'로 돌아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연습을 권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가 불안하더라도, 불안을 알아차리는 순간, 다시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 내가 몸을 움직여 조금씩 바꿀 수 있는 작은 것들에 집중하는 거죠.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책을 읽고, 운동을 하거나, 계획했던 일들을 차근차근 이루며 작은 성취감을 쌓아가는 것처럼요.
비록 불안이라는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 속 소중한 것들을 찾아 조금씩 다시 색을 입혀갈 수 있습니다. 먼 미래만을 바라보며 바쁘게 달려가는 우리.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에 대처하는 정답은 어쩌면 내일이 아닌 오늘, 여기에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당신을 떠나가는 불안에게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을 상상하며, 지치고 힘들더라도 씩씩하게 오늘을 그려가는 당신에게 응원과 용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