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의 일기
#. 문을 닫고 떠난 당신에게 - 초보 정신과의사가 보내는 편지
진료실을 떠난 당신이 앉았던 그 자리에는 언제나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와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품은 채 문을 닫고 떠난 당신. 그런 당신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적어봅니다. 우리가 함께 고민했던 문제들과 당신을 괴롭히던 힘든 날의 기억들은 조금씩 옅어졌을까요? 그리고 당신이 꿈꾸던 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을지. 어느 날, 먼 훗날의 당신에게 안부를 전해봅니다.
당신이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당신이 용기 내어 진료실 문을 열던 그날의 나는 조금 서툴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나를 믿고 따라와 준 당신에게, 이제야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나는 오늘도 당신과 마주 앉았던 그 자리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아직은 어둠 속을 헤매고 있지만, 당신처럼 분명 밝은 빛을 찾아 나아갈 그들의 이야기를.
그런 당신들의 이야기를 마음 깊이 품고, 나는 내일을 향해 걸어갑니다. 언젠가 문을 열고 들어올 누군가에게 더 나은 내가 되어 손을 내밀 수 있기를 바라며. 문을 닫고 떠난 당신의 내일을 곁에서 지켜볼 순 없지만, 그 길 위에 따스한 평안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여나 다시 넘어지더라도, 언제나 당신을 도와줄 누군가가 곁에 있음을 기억하길 바라며, 이 짧은 편지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