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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Jul 22. 2024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어쩜 이렇게 다르니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둘째는 태어나서
엄마를 닮았다
아빠를 닮았다가
아닌
형을 닮았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람들 반응이 하도 이러니
둘째가 우리 부부의 주니어인지
첫째의 주니어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었다.
다들 닮았다는데
내가 보기엔 다른 점이 훨씬 많이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도 밖에 나가면
"형아를 쏙 닮았네"를 가장 많이 듣는다.

어찌 됐건 둘은 외모적으로 상당히 비슷한 건 맞는 거 같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핸드폰 갤러리에서 둘을 헷갈려 첫째를 둘째로 인식하고 둘째를 첫째로 인식하니 말이다.


하지만 닮은 건 외모 딱 한 가지뿐

뭐 하나 맞는 것이 하나 없어 이게 형제 맞나 싶다.

아니 같은 한 배 속에서 살다 나온 두 녀석이

유전자도 비슷하게 물려받아 태어난 성별도 같으면서

어쩜 이렇게도 다른지

어떨 때는 신기할 때도 있다.


뭐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른 인격이니

다른 것이 당연하지 싶지만

그래도 형제니 닮은 구석이 어느 정도는 있겠지 싶었는데

성격, 기질, 취향 등 하나부터 열 가지가 정말 다르다.

아니, 정반대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싶다.


우선 첫째는 온순하고 수용적인 편이다.

그래서 육아할 때 까다롭지 않고 크게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반면 둘째는 예민하고 까칠한 편이다.

그래서 첫째를 키울 때 멋모르고 나 정도면 좋은 엄마지 했고 육아를 그래도 수월하게 해나가네 싶었다.

하지만 둘째라는 복병을 만나 유명한 육아서의 조언이 전혀 먹히지 않고

단계단계마다 좌절과 실패를 거듭 겪으며

역시 엄마는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나는 아직도 서로 기질이 다른 두 아이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아이의 기질에 따라 엄마의 모드가 확확 바뀌는 것이 아니니

첫째에게 먹혔던 수법이 둘째에게 먹히지 않으면 좌절했다가 화냈다가를 반복하고

예민하고 다루기 까다로운 둘째 아이에게 더 신경 쓰다 첫째의 마음을 속상하게 여러 번 했다.


둘은 좋아하는 음식도 정말 다르다

첫째는 해산물을 좋아하고

둘째는 고기를 좋아한다.

첫째는 이유식도 어찌나 잘 먹었는지 재료를 이것저것 섞어가며 이유식 만들어 내기 바빴는데

둘째는 내가 만든 이유식은 입에도 안 댔다. 뭐 그렇다고 시판 이유식을 먹은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첫째는 살찔까 봐 조심하고 있고 둘째는 하도 안 먹어 속 썩는 중이다.

매끼 식사를 만드는 나로서는 취향도 다르고 먹는 속도, 먹고 안 먹는 음식의 차이에서도 버겁다.

매번 두 녀석의 입맛대로 따로 차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누군가 한 명은 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뻔히 아는데, 안 먹을 것이 당연한데 만들어 주는 것도 참 그렇다.


첫째 아이는 스킨십을 좋아한다. 옆에 꼭 붙어 있으려고 하고 뽀뽀하고 싶어 하고 애정표현이 많다.

그에 반해 둘째는 잘 안기려고도 안 하고 뽀뽀도 해달라고 하면 잘해주지만 좋아해서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첫째가 어렸을 때는 늘 손을 꼭 잡고 다녔는데 둘째는 손 잡고 가는 것을 좋아라 하지 않는다.

그런데 훌쩍 커버린 첫째와 달리 둘째는 아직 조막만 한 손, 자그마한 몸뚱이로 귀여움을 뿜뿜 대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둘째를 더 많이 안으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더 붙어있으려고 한다.

그래서 첫째의 질투를 산다. 미안하게도.


첫째는 어렸을 때 역할놀이를 좋아해서 노는 시간 내내 옆에서 첫째가 만들어 놓은 상황에 연기를 해내느라고 고생했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속 에피소드를 재연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나한테 대사를 주고 토씨하나 틀리면 다시 하게 해서 힘들었었다.

그런데 둘째는 혼자 사부작사부작 노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옆에 있어서 뭔가 같이 하려고 하면 오히려 만지지 말라며 못하게 한다.

혼자서도 잘 노는 둘째가 참 고맙지만 또 어느샌가 그게 편해져서 혼자 놀게 내버려 두는 나를 가끔 반성하게 한다.


하나하나 열거하면 끝도 없이 다른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서로 달라서 힘든 점이 여러 가지 있긴 하지만

대신에 둘은 서로 다르니 다르게 대해줘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만들어준다.


속이 여리고 상처를 잘 받는 첫째가 속상하지 않게

예민하고 까칠한 둘째가 힘들어하지 않게

상황마다 다른 어투와 말로 아이에게 잘 설명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각자의 취향에 맞게 조금만 더 세심하게 챙긴다.

밥을 차릴 때는

싫어하는 음식이어도 먹을 수 있게 좋아하는 모양이나 좋아하는 소스를 곁들어주고

서로의 취향을 이왕이면 맞게 차려주려고 노력한다.


밝은 색을 좋아하는 첫째는 색이 화려하고 환한 옷을 사주고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는가가 중요한 둘째는 아침마다 옷에 그려진 그림을 설명해 주며 옷을 입힌다.

  

같이 노는 것을 좋아하는 첫째랑 어울릴 수 있게 요새 좋아하는 게임이나 놀이를 배워가며 함께 한다.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둘째지만 그래도 혼자 두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웃어주고 질문해 주고 관심을 가진다.


어떨 땐 엄마인 나의 성향과 취향을 아이들이 따라줬으면 할 때가 있다.

그게 편하니까. 내가 덜 노력해도 되니까. 상황마다 때마다 둘에게 맞추는 것보다 더 효율성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아이에게 각각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첫째에게도 둘째에게도 나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엄마.

각자에게 나만의 엄마가 되어 주고 싶다.


나는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엄마가 나를 더 좋아해"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랑의 크기를 재고 비교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니 이왕 비교한다면

우리 엄마는 나보다 형(동생)을 좋아해 하며 속상해하는 것보다는

"우리 엄마는 나를 훨씬 더 좋아해" 하며 자신이 받은 사랑을 크게 여기면 더 좋지 않을까.


물론 나야 둘을 똑같이 사랑하지만^^




오늘의 수다거리

댁의 아이들은 어떤가요? 많이 비슷한가요? 많이 다른가요?

달라서 힘든 점은 어떤 것들이 있으세요?

어떻게 맞춰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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