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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Jul 15. 2024

우리 집은 참 화목했었어

따뜻하고 아늑해서 늘 돌아가고 싶은 곳이었지


요새 첫째랑 둘째가 자주 싸운다.
누군가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으면 몰래 뺏어서 자기 거라고 우기고
뺏긴 아이는 울면서 나에게 와서 고자질을 한다.
무언가를 먹을 때는 서로 상대 것이 훨씬 크다, 상대 것이 더 많다 우기고
서로 자기가 먼저, 더 많이 먹으려고 싸운다.

처음에는 중재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좋게도 말해봤지만
같은 패턴의 싸움이 계속될수록
"또?" 하면서 화가 난다.

좋게 말하던 것이
큰 소리가 되고
큰 소리가 결국은 엄청난 화를 담은 짜증이 된다.

그 누구에게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우는 아이에게는 자기편이 되기는커녕 화를 내는 부모 때문에 더 서글퍼지고
더 혼난 아이는 자기만 그런 것도 아닌데 더 많이 혼난 것에 분하고 서운하다.
부모 마음은 더 처참하다. 내가 꿈꾸는 가정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맛있는 거 있으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나누어 먹고
아이들이 서로 우애 있게 잘 지내라고
더 크면 서로에게 의지가 되라고
힘들어도 둘을 키우고 있건만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대고
거기에 나까지 더하게 되니
마음이 고단하다.

막연하게 꿈꾸던 나의 가정은
깔깔깔 웃음이 끝이 없고
여기저기 놀러 다닌 기억이 많고
가족 구성원을 떠올리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지는
그런 모습의 가정이었으면 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개념은 하나의 감정으로 설명할 수 없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을
나의 가정을 갖게 되면서 더더욱 잘 알게 된다.

결혼하기 전
우리 가족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엄마 아빠는 자주 싸웠고
어린 나이의 내 기억엔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더 많았다.
나에게 가장 많이 상처를 준 사람들도 가족들이었고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게 어떤 부모가 되고 싶냐고 질문했을 때
힘들고 지칠 때 찾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했다.

돌아가고 싶은 곳.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많아서 그리운 곳.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안락한 곳.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은 후
정말 이제 나의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때
진심으로 내가 꿈꾸던 가정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아이가 크는 내내
아이가 이 가정 내에서
행복할까 나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했다.
나에게 온 것을
우리에게 아들로 온 것을
후회하지 않고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여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야 안다.
늘상 즐거울 수만은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함께 어울려 부딪히며 살고 있어서
어느 날은 눈살을 찌푸리고
어느 날은 울기도 한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하고
다시, 다시 새로운 날을 맞아 오늘을 행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행했다고 여겼던 엄마 아빠와의 생활을 돌이켜 보면
그 와중에도 엄마 아빠의 사랑을 전혀 못 받은 것도 아니었고
깔깔깔 웃으며 행복했던 날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비록 적었을 뿐.
그저 내가 나쁜 기억을 더 오래 품고 있었을 뿐.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떤 하루는 가족에게 상처받고 아픈 날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하루가 아이의 기억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더 많은 행복한 나날들을 만들어 주면 된다.

나는 그렇게 해주고 싶다.



오늘의 수다거리

어떤 부모가 되고 싶으세요?
어떤 가정을 만들고 싶으세요?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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