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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Mar 18. 2024

내 아이를 때린 아이에게

나는 부탁했다. 사과해 달라고

정말 그야말로 폭력이라면

신고를 해서 벌도 줄 수 있고

대놓고 뭐라고 혼도 낼 수 있다

그 아이 부모에게 강력하게 훈육을 요청할 수도 있다.

마음은 더 찢어지게 아프겠지만

할 수 있는 방도가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그 자잘한 폭력이

장난이라고 할 때

실수라고 할 때

뭘 몰라서라고 할 때

나는 부모로서 뭘 할 수 있을까.


첫째 아이가 신이 나서 동동대다가

옆에 있는 친구 발을 모르고 밟았다

그러자 그 친구가

"너 지금 내 발 밟았지? 나도 밟는다!!!"

하고는 내 아이의 발을 밟아버렸다


내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내게 안겼다

아프기도 했고

자신은 그저 실수였는데

고의로 받아친 친구의 행동에 놀라기도 당황하기도 서럽기도 한 거 같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목전에서 본 광경에 이렇다 행동할 새도 없이

내 아이를 우선 달랬다


솔직한 심정은

"뭐 저런 아이가 다 있지? 상대의 실수에 저렇게 한다고?"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처음엔 화도 안 났던 것 같다


우리 집에 초대해서 처음 놀러 온 특수한 상황이라

더 난감했다


놀이터나 다른 곳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더 단호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 집에 놀러 온 아이를 혼내서

돌려보내기가 그랬고

다른 친구도 보고 있는 상황이라

나는 일단 놀라고 당황한 나를 진정시켰다


내 아이의 등을 쓸어주며

나도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내 아이가 진정될 때쯤

그 친구에게 말했다


"도현이가 지금 많이 아프고 속상해하는데

사과해 줄 수 있을까? 아줌마는 네가 사과해 주면 좋겠는데"


그 친구는 순순히 다가와

사과를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더 놀았다


하지만 그 아이가 가고 나서도

나는 생각이 많았다


혼쭐을 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 아이의 발을 콱 밟고

"네 말대로라면 네가 내 아들 밟았으니까 나도 너 밟아도 되겠네"

응수하고 싶은 못되고 쪼잔한 마음도 생겼다

어른스럽지 못한 것을 알지만 그렇게라도 그 아이를 혼내주고 싶고 내가 무서워서라도 내 아이에게 다시는 그런 행동 못하게 해주고도 싶었다. 그런데 그건 진짜 마음뿐. 어떻게 아이에게 그렇게 하겠는가ㅠ


왜 그 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일러주지 않았을까 후회도 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너의 실수도 누군가가 용서할 수 있는 거라고. 따뜻하게 찬찬히 조근조근 내 아이에게 하는 것처럼 그 아이에게도 알려줄 수 있었는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사과를 받는다고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사과를 해달라고 했을까? 그저 "사과해" 하는 강압적인 모습을 피하려다 사과를 구걸한 꼴이 된 것 같아 내 처신이 계속 마음이 쓰였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들은 강의에서

이제는 함부로 내 자녀가 아닌 다른 자녀에게 훈육을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예를 들에 철수가 우리 아이를 때렸다고 해서

철수를 찾아가 왜 그랬냐고 혼낼 수가 없는 시대라고 했다.

요새 부모들은 그걸 그나마 잘 아는데

조부모들은 잘 몰라 그런 행동을 하시니 미리 조심시키라고도 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생기면 학폭위를 이용하라고.


아이들 싸움에 어른 싸움으로 번질 수 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참 삭막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결국은 내 아이에게

그 아이와 놀아선 안된다를 가르쳐야 하고

친구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을 숙지시켜야 하다니


그 친구의 엄마가 기분 나빠할까 봐

아이에게 올바른 걸 가르쳐줄 기회를 놓치고

그 아이가 더 바르게 자랄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내 아이처럼 소중히 생각하지 않은 나 자신을 반성했다. 여러 상황을 재고 빼느라 응당 해야  일을 못한 것 같다.

내 아이가 친구의 발을 그런 식으로 밟았다면 나는 단호하게 훈육했을 것이다.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니까 하며 물러선 마음이 어쩌면 그렇게 모르고 저지르는, 장난으로 저지르는 자잘한 폭력을 계속 만들 수도 있겠다


온 마음으로

다 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아이들을 길러내고 싶다



오늘의 수다거리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에게 훈육한 적 있으세요?

내 아이를 때린 아이에게 훈육을 잘할 수 있을까요?

가정교육이니까 개입할 수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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