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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별 Mar 11. 2024

잔인한 3월

3월.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였고

둘째 아이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 집으로 옮겼다.

새로운 해의 처음은 1월 일지 모르나

우리 아이들의 시작은 3월인 셈이다.

아이들은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하고 있다.


첫째 아이는 9시까지 학교에 가야 하니 기존에 일어나는 시간보다 1시간은 빨리 일어난다.

등원 시간이 정확히 규정지어 있지 않은 어린이 집과는 다르게 학교는 8시 40분~50분까지 등교해야 한다.

아이가 긴장을 해서인지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늘어지게 자는 아이를 여러 번 깨워야 하는 것도 곤혹이겠지만

아이가 자면서도 약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조금은 안쓰럽다.


지난주 첫 주 동안은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줬다.

가는 길도 익히고 가면서 조심해야 하는 것들도 일러줬다.

내리막에서는 뛰지 않아야 해, 여기서는 오토바이들이 많으니 한쪽으로 걸어야 해, 

길을 건널 때 차를 잘 보고 건너야 해

일주일이나 같은 주의를 주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아이는 처음으로 혼자 집을 나섰다. 

핸드폰 위치 추적기, 아파트 내 cctv, 창문 너머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동행하지 않았지만 동행한 것보다 더한 느낌.

그리고 마침내 아이가 학교에 도착하면 울리는 아이 등교 알리미 문자가 올 때까지 나는 초조했다.

나의 초조함과는 상관없이 아이는 오늘 무사히 학교에 도착했다.


첫째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나름 잘 적응하고 있다.

오래 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정해진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야 하는 것도

학교에서 정해진 규칙을 습득하고 지키는 것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어색함을 무릅쓰고 인사를 건네는 것도

나의 걱정을 쓸데없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것이 불편하고 어려웠는지

친구들과 선생님과는 잘 지내는지

많은 것이 궁금하고 가능하면 다 알고 싶지만

나는 질문을 아낀다.


아이가 그저 학교에서 돌아와 잘 지냈다고 오늘 재미있었다고 하면

그 말을 믿고 그리고 아이를 믿는다.

내가 일일이 말로 개입하고 나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실수하고 어렵고 헤매더라도 스스로 하나하나 알아가고 깨쳐나가기를 기도한다.


모든 부모가 때마다 이런 마음을 겪을 것이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중학교에 보내고, 고등학교에 보내고

아이가 군대를 가고, 알바를 하고, 직장에 가고, 결혼을 하고....


매 순간, 걱정이 마음을 휩쓸겠지만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뿐.


3월, 아이의 새로운 시작에

나는 마음이 애 닳아 가고 있는 중이다.


둘째 아이도 새로운 어린이 집에 적응을 하고 있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우는 아이 앞에서 

어린이 집에 안 가고 엄마와 같이 있겠다고 작은 손으로 내 손을 놓지 않으려는 아이 앞에서

나는 아침마다 무너진다.


우는 아이를 선생님에게 넘기고

내 손을 잡은 그 자그마한 손을 뿌리치며

이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아이는 엄마가 없는 시간들을 홀로 잘 견뎌내려고 나보다 더 애쓰고 있으니까.

짧은 시간, 내 마음의 무너짐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행히 교실에 들어가서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잘 놀고 점심도 잘 먹었다고 선생님께서 하원할 때 얘기 해주신다.


하지만

혼자서도 잘 자던 아이가

새로운 어린이 집에 처음 적응하는 지난주에는

새벽에 깨서 내 침대로 온다.

"엄마가 없어서..." 하면서 내 품으로 들어온다.


"나 힘들어, 새로운 선생님도 친구들도 낯설고 

엄마 없이 어린이 집에 있는 것도 싫어"

말로 완벽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아이는

밤 중에 깨어 엄마를 찾는 것으로 내게 자신의 마음을 알려준다.

사실은 겁났고 두려웠고 싫었다고.


나는 토닥이고 어루어 만져주고 쓸어주며

엄마랑 잠깐 떨어지는 것뿐이라고

엄마는 늘 너의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가 알아주길 바라며 꼭 끌어안는다.


경험 상 이 시간들은 금세 지나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발을 딛고 있는 이 시간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견뎌내자.

지나간다. 반드시


아직 쌀쌀한 3월.

빨리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언제 추었냐는 듯이

두꺼운 점퍼를 벗고

색색이 예쁜 꽃들을 구경하며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는 봄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오늘의 수다거리

아이의 처음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떠세요?

아이의 시작에 응원하는 한마디는?

걱정이 많은 엄마에게 응원 한마디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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