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을 하고 있나요?
이제 25살이 되는 지훈이는 굉장히 많은 곳을 여행했답니다.
남들이 대학을 가는 20살에 대학을 포기하고 세계여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5년 동안 여러 나라를 다녔죠.
대도시에서 오지까지 여러 곳,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하고 5년 만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가족들이 무척 반가웠고 그리웠던 집과 친구들도 다시 보니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것도 잠시, 5년이 지났는데도 별다른 변함이 없는 집과 주변 사람들이 이상해 보였지요.
'왜 쳇바퀴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걸까?'
여행을 하면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데
왜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죠.
특히 아버지.
지훈이 아버지는 방앗간에서 떡을 만드는 일을 하셨는데 늘 새벽 4시에 일어나
일하기 시작해 밤늦게까지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셨죠.
지훈이 아버지는 태어나 여태껏 해외는커녕 국내 어느 곳도 여행 다녀본 적 없고
태어난 곳을 벗어난 적도 없었어요.
지훈이는 아버지도 좀 더 넓고 다양한 세상과 마주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버지께 이번엔 함께 여행을 하자고 권했어요.
짧게라도 일주일 정도만 집이 아닌 일터가 아닌 곳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요.
하지만 아버지는 단칼에 거절했어요.
"내가 여행 가면 누가 떡을 만든단 말이냐?"
지훈이는 몇 번이나 말해봤지만 아버지는 꿈쩍도 안 하셨어요.
지훈이는 그런 아버지가 한심해서 화가 났어요.
"떡이 뭐라고! 그까지 것 안 만들면 큰일 난대요?
여행 한번 해본 적 없으니 그렇게 고지식하고 융통성도 없죠.
맨날 한 곳에서 만나는 사람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니
세상에 얼마나 많고 다양한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고
얼마나 아름답고 진귀한 풍경이 많은데 한 번을 보지도 못하고
오로지 떡, 떡, 떡!!! 그렇게 평생 사셨으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죽을 때까지 그 우물에나 계세요!!"
화가 난 지훈이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막 퍼붓고는 방문을 쿵 닫고 들어가 버렸어요.
한참 후 어머니는 지훈이 방에 들어갔죠. 그러고는 지훈이를 마주 보고 얘기했답니다.
"우리 지훈이가 많이 화가 났나 보네. 속상할 수 있지...”
"아버지는 저렇게 사는 게 지겹지도 않대요?"
"우리 지훈이가 여행 다니면서 여러 곳에 다니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서
철이 들었나 했더니 아직 멀었네"
"아니 왜요?"
"여행 다니다 보면 이해 안 되는 사람, 납득이 안 되는 상황,
근원을 알 수 없는 자연 풍경들이 많았을 텐데
그때마다 너는 어떻게 했니? 그때마다 이렇게 화내고 싸웠니?"
지훈이는 할 말이 없었어요.
"모르긴 몰라도 그냥 받아들였을 걸.
그 나라만의 문화나 풍습, 그 사람들의 생활과 인생, 자연 현상까지..
그게 설사 이해 안 되고 납득이 안된다 하더라도 결국 받아들이고 인정하잖니. 안 그래?"
"네.. 맞아요"
"아버지는 아버지의 인생이 있단다. 그건 니 인생과 다르지. 너와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란다.
어찌 보면 어디로 가게 될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랑 여행이랑 닮지 않았니?"
"네... 정말 그러네요~"
"아버지는 아버지 인생을 여행 중이라고 생각해 보렴"
지훈이는 어머니 말을 되새겼어요
"자신의 인생을 여행 중이라.."
우리 모두는 지금 여행 중이에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