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단다
오늘은 모든 동화 속 여주인공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입니다.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엘리스, 콩쥐팥쥐… 동화 속 모든 여주인공들이 모였답니다.
"아 백설아 잘 지냈니? 그새 얼굴이 더 하얘졌네?^^"
"어 콩쥐야~ 요새는 팥쥐랑 안 싸우고?"
이들은 일 년에 한 번씩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화목을 다졌지요.
오랜만에 모였기 때문에 수다와 웃음소리가 끝없이 이어졌어요.
다들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모임이 무르익어 갈 때쯤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신데렐라가 말했어요.
"무슨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데... 여러분 잠깐만 조용히 해보세요"
"안녕 얘들아, 나 여기 있어. 드디어 내 목소리를 들었구나~"
그건 다름 아닌 엄지 공주 목소리였어요.
너무 작은 엄지 공주는 일찍 모임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해서 그때까지도 다른 공주들과 인사도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다들 반갑게 인사하고 다시금 모임은 활기를 띠었죠.
엄지 공주도 다른 동화 속 여주인공들과 어울려 이야기도 하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었지만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았어요.
"내가 앉을 만한 의자가 있니?"
"포크랑 스푼이 너무 커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 좀 도와주겠니?"
엄지 공주 옆에 엘리스와 인어공주가 도와주긴 했지만
엄지 공주가 도움을 요청할 때뿐이지 이내 다른 곳으로 시선과 관심이 돌아갔어요.
그걸 본 신데렐라 언니들과 팥쥐가 소곤소곤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쟤는 정말 더 안 크는 거야?"
"저렇게 작아서 불편한 게 얼마나 많을 거야. 아니 왜 여기까지 와서 이 사람 저 사람 불편하게 한담"
다른 사람들도 겉으로는 아닌 척했지만 엄지 공주의 작은 키를 놀리고 싫어했어요.
엄지 공주는 키가 작긴 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알고 좋은 음악도 많이 알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밝고 해맑았어요.
엄지 공주는 울적한 기분을 바꾸기 위해 신나는 음악을 듣고자 연화장의 음악을 좀 바꿔봤어요.
엄지 공주가 선곡한 음악 때문에 연회장은 훨씬 더 분위기도 좋고 활기차게 됐어요.
그때 연회장 문이 열리며 숲 속의 공주가 들어왔어요. 오늘도 잠을 자느라 좀 늦게 도착했나 봐요.
"이거 엄지 공주 선곡이지? 역시 탁월해"
들어오자마자 숲 속의 공주는 감탄을 하더니 가방 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그건 다름 아닌 엄지 공주를 위한 컵 포크 스푼 같은 작은 소품이었죠
"엄지야 미안. 내가 늦었네.
작년에 보니 너에게 맞는 것들이 하나도 없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돌아갔던 게
너무 안타까워서 이번엔 내가 몇 개 준비해 봤어~"
엄지 공주는 너무나 고맙고 기뻐 크게 감동했어요.
"숲 속의 공주야 이런 것까지 신경 써주고 너무 고마워~"
"아니야 이런 거 가지고 뭘~ 작년엔 네가 준비한 동화 구연 때문에 모임이 정말 재밌었는데
올해는 이렇게 멋진 음악들로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우리야말로 고맙지^^ "
모임에 온 여주인공들은 숲 속의 공주 이야기를 듣고 한결같이 공감했어요.
그리고 겉모습이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무관심했던 지난 행동들이 부끄러웠지요.
신데렐라는 어디선가 엄지가 앉을 작은 의자를 준비해 왔고
백설 공주는 엄지의 말이 잘 들리게 마이크를 구해왔어요.
그리고 엘리스는 엄지가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작게 잘라 접시에 올려주었지요.
만찬을 준비한 눈의 여왕은 엄지를 존중하는 동화 속 여주인공들의 행동 하나하나 눈여겨보며 기뻐했어요.
동화 속 결말처럼
‘모두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가 되려면
서로서로 존중하고 귀하게 여겨야지만 가능한 것을
말하지 않아도 깨달은 공주들이 정말로 이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