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하고 화려한 왕국에
살고 있는 바로 왕에게는
한 가지 근심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하나밖에 없는 딸
엘리자벳이었죠
빼어난 미모에 총망한
딸이 혼기가 꽉 차서
결혼할 때가 되었지만
이렇다 할 사윗감이 없었거든요
바로 왕은 전국에 건장하고 용맹한
사내들을 불러 모아
직접 시험코자 했어요
딸의 남편이기도 하지만
장차 나라를 이어 후계자가 될 사람이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빅토리아 여왕은 왕에게 말했어요
"그래도 엄연히 엘리자벳 공주의 남편인데
당신이 고르면 어떡해요? 공주가 마음에 드는 사람 이어야죠"
왕은 엘리자벳 공주에게 물었어요
"너는 어떤 남자를 남편으로 맞고 싶으냐?"
엘리자벳 공주는 수줍게 이야기했어요
"저는 용기 있는 남자가 좋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남자들은
예쁜 공주를 보고
깐깐하고 복잡한 시험에 더 열심히 응했지요
왕국의 역사와 정치적 신념을 평가하는 실기시험을 거쳐
지혜와 덕을 평가하는 시험
신체의 건강함을 평가하는 체력 검사까지
시험은 워낙에 어려워서
통과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왕과 면접을 봐야 하는데
겨우 3명만이 남았거든요
왕은 3명에게 똑같은 문제를 냈어요
"엘리자벳과 결혼할 사람은 나를 이어
이 나라를 다스려야 하기에 무엇보다
용맹해야 한다
너희들을 한 명씩 사자 우리에 넣어보려고 하는데
괜찮겠느냐?"
첫 번째 후보인 이웃나라의 해리스 왕자는 말했어요
"물론입니다 사자 따위는 저를 이길 수 없죠 저는 사자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단호하고 박력 있는 모습에 바로 왕은 마음에 들었지만
빅토리아 여왕은 잔인한 면모가 있다고 탐탁지 않아 했어요
두 번째 후보인 루이는 왕국에서 가장 부자였는데
"사자 우리에서 누군가가 한 명 죽는다면
그로 인해 백성들의 민심은 동요할 것입니다
공주의 결혼을 위해 누군가를 죽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제가 그 사자를 사서 기념으로 전시해 놓는 게 어떻겠습니까?"
바로 왕은 사자 우리에 들어가지 않기 위한 잔머리로 생각하고 못마땅했지만 빅토리아 여왕은 지혜로운 거라며 마음에 들어 했어요
세 번째 후보는 눈빛이 맑은 청년 데이빗이었어요
"여태까지 살면서 사자를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어 무섭고 두렵기도 하지만 사자 우리에 들어가서 죽지 않고 꼭 살아서 나와 공주님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체격이 좋고 건장한 해리스와 루이에 비해 이렇다 할만한 특징이 없고 특별하지 않아 바로 왕과 빅토리아 여왕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갑자기 엘리자벳 공주는 루이 왕에게 속삭였어요
"저는 데이빗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바로 왕과 빅토리아 여왕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공주에게 물어봤어요
"아니 왜 데이빗이란 말이냐?"
"용기란 무섭고 두려운 마음을 이기는 것부터 시작하지요
데이빗의 용기가 마음에 듭니다"
실제로 사자 우리 문을 열었을 때
해리스는 질겁을 하고 도망갔고
루이는 들어갈 생각도 안 했지만
데이빗은 한 발 한 발 용감하게 사자 우리를 향해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