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by binter

회사를 단순히 회사 밖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여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실제로 적용되기는 어려웠다. 취미에 몰두하며 회사와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취미에서의 열정이 점점 더 강해질수록, 회사에서의 나 자신과 비교되었다. 취미를 통해 발전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회사에서의 일상은 그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괴리감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취미에서의 작은 성취와 성장은 나의 회사 밖 일상을 회복시키고 내면을 잠시나마 풍요롭게 만들어주었지만, 그 반대로 회사에서의 나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마치 두 개의 세계가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게 내가 원하던 것 아니었나?'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회사는 나의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나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열정이 고갈된 채로 그곳에 머무는 것은 밖에서의 삶이 풍족하더라도 절대로 나의 공허함을 채워 주지 못할 것이다. 취미에서 얻는 행복과 성취감은 그 공허함을 잠시 잊게 해주었지만,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결국 내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은 회사에서 내가 진정으로 열정을 느끼고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잘해보고 싶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이 굴레에서 격하게 벗어나고 싶다.

이 검은 기운의 뿌리를 뽑아버리고 싶다.






마주하자


마음먹었다고 해서 다음 날부터 모든 것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열정이 회복된 것처럼 보일 법한 순간은 없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나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회피하고 무시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직면하고 그다음에 해결하기로 했다.


그 첫걸음으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진단받고 싶었다. 이를 위해 정신과에 처음으로 예약해야 했다. 마음먹은 순간부터 올라온 속상한 감정을 꾹꾹 눌러 가며 병원을 검색했고, 한 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그 자리에서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결국 감정의 격렬함을 감당하지 못한 나는 샤워실로 직행하여 샤워기를 틀었다. 따뜻한 물줄기가 나의 몸을 감싸 주었다. 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복잡한 감정들이 씻겨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다. 정신이 들었을 때 샤워기를 끄고 거울을 닦았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고민의 흔적을 마주했다. 나 자신이 너무 안쓰럽고 안아주고 싶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다 온 거야. 고생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세 시까지 예약했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했다. 역시 그 허들은 높았다. 일단 취소하고 겨우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당연하게도 머리가 너무 띵하고 몸이 무거웠다. 이 상태면 어쩌면 원래 상태보다 더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 싶어, 그냥 출근하기로 결심했다.

'그래 지금은 아니야 다음에 가자.' 출근 준비를 끝내고 신발장 거울 앞에 섰다.

어제 새벽에 봤던 고뇌의 흔적이 있는 얼굴과 다시 마주했다.

잠시 망설였다. 휴대폰을 켜고 다시 한번 그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첫 진료는 10시, 당시 시각은 10시가 조금 넘었다. 어제 새벽 내내 마음속에서 저울질하던 감정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깊은 심호흡을 하며 '대기 시간이 길다고 하면 가지 말자'하고 통화 버튼을 눌러버렸다.

"안녕하세요 OO 병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 첫 진료를 받으려고 하는데 예약을 못 했어요. 혹시 40분 뒤에 도착하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음, 그때 오시면 바로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이제는 정말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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