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지금의 나

by binter

최근까지 나의 상태는 처참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꼭 쓰자고 다짐해 놓고 계속해서 미루다 까먹을 지경에 이르렀고, 좋아하던 발레가 어렵다며 짜증이 났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나의 찌질한 욕심(식탐, 물욕 등)이 우선시되었다. 한마디로 '여유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룬 몸부림은 '열정'의 이상적인 모습에 대한 집착이었고, '과거의 나와의 비교'로 시작되었다면, 이 상태는 무엇일까? 솔직히 조금은 억울했다. 책을 쓰면서 간만에 평온한 상태를 맞이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발병(?)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이것저것 정보를 습득했다. 그중 서울대 권석만 교수님 논문에 나온 '욕망 충족 이론'을 설명하는 싸이클이 나의 마음을 가장 진정시켜 주었다.

%ec%8b%ac%eb%a6%ac%ed%95%99%ec%9d%98%20%ea%b4%80%ec%a0%90%ec%97%90%ec%84%9c%20%eb%b3%b8%20%ec%9a%95%eb%a7%9d%ea%b3%bc%20%ed%96%89%eb%b3%b5%ec%9d%98%20%ea%b4%80%ea%b3%84.png https://s-space.snu.ac.kr/handle/10371/68751



이 싸이클을 통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며 마음이 진정되었다.

1. 평정 상태에 머물러 있다가 다시 내외부로부터 자극을 받게 되는 것은 역시 자연스러운 거구나
2. 이 상태에 있다가도 또 언젠가는 행복 단계로 넘어가겠구나
3. 사람 욕망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욕망 하나 달랬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지

그리곤 내가 무엇에 자극을 받았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회사에서의 역할 변화'인 것 같았다. 원래는 혼자 집중하며 문제를 해결했었는데, 여러 조직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때로는 지휘도 하게 되면서 나의 R&R이 달라진 것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개발자, 디자이너, 분석가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꽁꽁 숨기려했다. 잘 알아듣지 못한 것을 알아들은 척하며 뒤에서 열심히 찾아보았고, 기획이 잘못되거나 커뮤니케이션이 잘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남의 탓을 했다. 이렇게 몇 개월을 지냈으니 처참한 상태가 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현재 나는 이 일을 잘 해내고 싶다(대상 지향)는 욕망을 가진 상태이지 않을까 싶다. 마침 최근에 하고 싶은 종류의 프로젝트가 내게 맡겨졌다.


행동에 옮길 차례가 온 듯하다.




keyword
이전 11화마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