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카페에서의 카드놀이

by 강아

걔한테 누군가가 있는 걸 알았다. 내가 그녀에게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그걸 애써 '친구 간의 오랜만의 만남'으로 치부하려 했다. 그도 내 앞에서 그녀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가 그녀의 존재를 언급할 때마다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지만 내색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랑 카페에 가서 가져온 카드를 하는데, 통창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우리는 사이좋게 카드를 하고 있었다. 하는 방법을 몰라 그가 알려주었는데, 나긋하게 알려주는 그의 친절함도 좋았다. 그 완벽한 온도와 계절과 맥주를 앞에 두고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은 카페에서 카드를 계속했다. 내가 졌을 때의 아쉬움도, 그를 이길 때의 승리감도 그와 함께 있어서 이 순간이 멈추지 않았으면 했다. 그와 내가 죽을 때까지 카드를 했으면 하는 비현실적인 생각이 그를 계속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가 카드를 쥐고 있는 손을 볼수록, 그를 만지고 싶어졌다. 그의 입을 보면 입 맞추고 싶어졌다. 하지만 내 생각이, 그에게 가닿을 수 없단 건 어떻게 보면 신이 인간에게 주신 형벌일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를 탐하고 있었지만, 겉으로 보기엔 우린 그냥 사이좋게 카드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유쾌한 웃음소리가 날 때마다, 나는 놀란 듯 몸을 전율했다.


그는 그 카페에서 헤어지면서, 그녀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그의 입에서 그녀의 존재가 나올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제발 내 앞에선 그녀 얘기를 하지 말아 줘'라고 외쳤지만, 나는 씁쓸한 미소로 '그래 잘 가'라고 할 뿐이었다. 그를 떠나보내고 나면, 우울한 감정이 들었다. 그녀는 그를 마음껏 취하고 만질 것이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땐 내 생각조차 안나리라는 비참함이 날 감싸 안았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친구라는 이름 하에 그와의 관계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규정하면서, 만날 날을 고대하다가, 헤어지고 나면 끝없는 우물 속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