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키우는 강아지가 있는데, 아파서 얼마 못 살 거 같다고 해서 그 강아지를 꼭 보고 싶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코기는 실제로 봤을 때 더욱 귀여웠지만, 아파서인지 날 봤을 때 그리 반가워하는 거 같지는 않아 보였다.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 산책을 했다. 강아지는 한 번도 내 쪽을 쳐다보지 않은 채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그와, 그가 키우는 강아지와 내가 같이 산책을 한다는 게 어떤 공동체적인 느낌이 들어서 꽤 흡족했다.
밥을 먹으러 갔는데 그가 하는 테니스회의 어른들이 식당에 있는 우리를 봤고 그도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아마 걔의 부모님도 아들이 누구랑 있다고 하는 걸 전해 들었을 것이다. 그랑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팥빙수를 먹고 헤어지던 날에는 더 있지 못하는 여운이 길게 남았다.
한 번은 그의 직장에서 만난 여후배와 나, 이렇게 셋이 만나자고 그가 제안했다. 그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던 주변인을 실제로 만나는 날이어서, '그냥 친구니까 소개해 주는 거지'라고 표면적으로는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주변 지인을 소개해 주는 것'에 대한 의미부여를 하게 됐다. 그렇게 셋이 있으면, 난 걔를 소유하고 싶어졌다. 그 지인이 그와 아무 사이가 아닐지라도, 아니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를 독점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은연중에 알았다. 그는 어느새 성인이 되고나서부터 쉬지 않고 연애를 했었고, 그 사이에 내가 끼어들 틈은 없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