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해?

by 강아

그를 잊고 싶어서 멀리 가고 싶었다. 차라리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되는 미국으로 가면 그는 평생 날 그리워하고 나 또한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못 보게 되어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떠난다고 하자 그는 축하한다고 했다. 오퍼레터를 받고 롤리의 아파트를 구하고 차를 팔았지만, 한국의 자산이 팔리지 않았다.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미국에서 받는 월급으로 융자이자를 갚는 것까지 합하면 마이너스가 되었다. 회사에 퇴사까지 통보했지만, 그걸 철회하고 가는 걸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이대에서 학원을 다닌다는 명분으로, 캐주얼하게 보낸 밥 먹자는 연락에 그는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홍대로 나왔다. 팬시한 미슐랭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데 그의 물결치는 곡선의 머리칼과 정갈한 셔츠를 입은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안고 싶었지만, 안을 수 없었다.


그를 내가 가고 싶던 라운지에 데려간 날, 스크린에선 키스하는 남녀가 반복재생으로 나오고 있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는 마주 보던 자리를 옮겨 옆으로 왔다. 그리고 부끄러워하는 나를 계속해서 바라봤다. 얼굴을 돌리면 걔의 얼굴이 있었고 손을 뻗으면 그의 옷깃을 잡을 수 있었다. 그에게선 청량한 향이 났다. 그가 내게 말을 걸 땐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근데 그를 손 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그는 '무슨 생각해?'라고 내게 물었고, '앞으로 누굴 어떻게 만나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어'라고 대답했다. 그를 원하지만 이어지지 않고, 그럼 누구를 어떻게 만나서 알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지-라는 복잡한 생각이 그와의 순간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소음이 크단 이유로 장소를 도망치듯 빠져나와서 그가 좋아하는 젤라토를 사서 나눠 먹었다. 내가 먹었던 입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 그를 보면, 갈망해도 가질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생각이 날 괴롭게 했다. 차도에서 차를 피하려는 요량으로 그의 손이 내 어깨를 감쌀 때마다, 움찔 놀라면서도 그에게 안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라운지 이후로 급격하게 줄어든 대화는, 구심점을 찾지 못해 그 이후로 빙글빙글 돌았다. 쓸데없는 '주꾸미 가게가 있네. 주꾸미 좋아해?'라는 이상한 대화들을 하다가 그랑 이제 헤어져서 집에 가고 싶었다. 만나기 전에 생각했던 '그를 오늘 만나면 안아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없던 게 됐다. 헤어지던 플랫폼에서는, 오늘 처음 만날 때의 텐션이 아닌 적막함이 감돌았다. 서로 '잘 가'라고 했지만 그는 여느 날처럼 배웅하지 않았고, 나 또한 뒤돌아가는 그를 뒤따라가서 백허그를 하지 못했다. 엉망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를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그를 보면 행복할 거 같았는데 불행해지고 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