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항상 곤욕스럽다. 루틴인 머리 감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치운다움 출근을 했다. 출근 이후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 상사가 급한 상위의 연락에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 나도 못 견디겠다는 듯이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겨울의 한기가 지친 머리를 시리게 했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차트를 좀 봤다. 왠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게 월요일에 대한 무력감 때문인 건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인지 한참을 앉아있다가 다시 사무실로 출근했다. 공교롭게도 기관장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고 다른 직원은 모두 그를 피해서 갔다. 그저 엘베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가 말을 걸었다. '점심 뭐 먹었나' '샤부샤부요' '아 구내식당이 아니고?' '예' '근처에 있나 보지?' '예' '가격은?' '14천 원입니다'라고 감히 그를 피해서 갈 기력도 없던 나는 스몰토크를 하다가 사무실에 도착해서 내렸다.
아까부터 무료함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마냥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번주에도 교육으로 도망가기로 되어있었고 그전에 처리해야 할 일을 했다. 정보공개가 들어온 건으로 기안을 올리자 얼마 되지 않아 상사는 들어왔다. 그가 들어오는 게 곁눈으로 보였지만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는 바쁜 일도 없는데 총총거리며 들어왔다. 동료가 급히 결재할 게 있다며 독촉전화한 탓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급한 건이 아니었다. 그저 담당자의 서두르는 태도가 전화로 나타난 것이며 상사는 그런 태도에 겁을 먹은 것이다.
그런 그의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덜컥 겁부터 먹는 태도는 예전부터 경멸했지만 정신수양을 하는 느낌으로 '그에게 휘둘릴 필요가 없는 거라고'하면서 요새는 그가 급하게 다그치고 성질을 내도 한 박자 늦게 대답하고 침묵을 껴 넣는다. 그는 역시 내 이름을 부르더니 문구를 수정하라고 했다. 주어가 포함되어 있는 걸 보지 않고 동사를 수정하라는 것이었다. 항상 대충 보고 지적하는 그에게 처음엔 짜증을 냈지만 이젠 대답하기도 기력이 소진되어 그냥 고치고 만다. 그는 또 경망스러운 태도로 내 자리로 와서 모니터를 보면서 지적을 하다가 결국엔 '상위에 보고한 거야?'라고 종용했다. 그런 건은 상위에 보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보내지 않았던 것이었다. 업무를 잘 알고 그로 인한 뒷수습을 할 자신이 있으면 상위에 보고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결정권을 상위가 쥐고 흔드는 것에 지난 20년간 절여져 있는 사람이었다.
월요일에 몸만 회사에 와서는 온갖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도, 보란 듯이 다른 일을 하며 핸드폰 스크롤만 내리고 있는 나는 무력한 내가 고약스러웠다. 그저 이 회사 내에서 이대로 소멸해버렸으면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상위는 역시 전화 와서 '그대로 진행하셔도 될 것 같아요'라고 했다. 단 하나의 결정권도 없는 상사와 그런 상사의 무능력에 대꾸하지 않음으로써, 기묘한 동거는 계속되고 있다. 이젠 정말 한계라고 소리치기도 이젠 이 시스템에 부화뇌동되어 스스로 행동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