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었지만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었고 회사에선 별 일이 없었다. 누군가가 삶을 포기하려고 할 때 개입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난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공교롭게 소방관이 있었고 그는 자살현장을 목격한다고 한다. 그 또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가족이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의 호감을 얻으려고 할 때, 누군가는 가서 말을 붙이는 성향이고 본인의 부족함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함께 식사를 하거나/ 부탁할 때 들어주는 사람, 반대로 실수하지 않으려고 더 조심하는 사람이 있었다.
난 뭔가에 미친 사람 이야기를 들고 갔는데, 사랑에 미친 사람도 있었고 나의 경우는 피아노에 미친 이야기를 했다. 사랑에 미쳤던 사람은 결혼을 해서 아이라는 결실을 얻었지만 그 자신은 삶에서 '공허함'을 여실히 겪는다. 아이가 주는 기쁨은 물론 있겠지만 결국 아이가 떠나고 온전히 '자신'이 되었을 때 뭔가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삶에 주어진 숙제인 것이다.
생애주기에 맞춘 삶을 살아가겠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나. 아무 일 없는 삶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엔 그런 걸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다. 개츠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사랑의 상대를 바꾸고, 그게 진실할리란 믿음도 없고. 난 어쩌면 데이지 같은 사람이다.
AI가 널리 퍼져도 난 임윤찬을 보러 공연장에 가겠지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너무 많은 기대 혹은 걱정을 하다가 막상 하고 나면 겪는 '생각만큼은 아닌'것, 은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느껴지는 호기심은 금방 꺼지고, 어김없이 도래하는 권태를 마주할 자신도 없다. 내겐 여행은 도피였다고 말하면서, '나 떠나고 싶은가 보다' 불현듯 생각했을 뿐이다.
좋은 콘텐츠를 보는 날이면 '그래도 삶은 살만하다'라고 느끼다가도 조용한 날이면 또 무슨 일-좋은 책이나 영화-이 일어나지 않을까 고대하는 날들이 시계추처럼 이어지는 삶이 그것의 본질 아닐까. 피아노를 업으로 삼지 않아 그걸 꿈꾸지만, 막상 피아니스트가 되어서 제거해야 하는 미스터치와 같은 것들이 걱정거리가 될 것이며 잘된 100번의 터치보다 못된 1번에 미련을 갖는 태도는 변할리 없다. 여행을 가서도 좋았던 도시경관보다 인도에서의 배탈이 깊게 뇌리에 박힌 것처럼.
올해는 꼭 '삶을 같이 걸어갈 사람'을 찾고 싶은데, 얼마 나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까. 기다리는 걸 못하는 내게 어떤 큰 숙제가 떨어진 기분이다. 결혼은 원치 않지만 지지대가 되어줄 사람을 찾는 건 이상한가. 인간에 회의적이다가도 아직 일말의 기대는 놓지 못하겠다. 과거는 지나간 거야라고 생각하다가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고 그저 노력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