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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누락되었다

by 강아


오늘은 인사 발표날이었고 역시 승진은 안됐다. 기뻐하는 사람들도 못마땅하고 안된사람들도 (그들에게) 축하한다고 했지만 속은 어쩌겠는가. 이런 인간군상들이 보기 싫어서 회사가 다니기 싫다. 다 알고보면 본인만 생각하면서 위로해주는척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본인밖에 관심이 없다. 공채보다 쉬운 코스로 들어온 사람들도 '아 쟤는 쉽게 돈버네' 이런 생각만 들고 단순직은 '아 쟤는 왔다갔다 하기만 하면 되네' 이런 생각들. 겉으로는 같은 회사지만 엄연히 다른 업무. 외부에선 동일하겐 보지만 결국엔 다 급이 있는거다. 세상 일이 다 그런거 같다. 겉으로 봐선 동일해 보이는데 알고보면 다 층층이 있는 것처럼. 이런 와중에도 그냥 결정권자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승진하고 이런것도 아주 꼴보기가 싫다. 아부를 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서 하지 않지만 더 높이 올라가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보여주기 식으로 하는 초과근무들. 이런게 왜이렇게 역겨운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계속 다니면 염증만 더 커져가는게 아닐까 싶고 실제로도 그렇다. 아주 지긋지긋 하다.



아버지 사업 물려받은 동기도 회사 사람들이 (그러려고 안해도) 걔 눈치를 보고 그런 얘기 들으면 불편하겠다 생각 들지만, 막상 나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인사발령 같은거, 걔는 수동태가 아니라 능동태인건 부럽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거지만 오늘같이 패배자의 심정인 때에는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고(원래도 그렇지만) 그냥 멀리 떠나고 싶고 그런다고 귀찮아서 떠나지도 않을거지만 다 부숴버리고 싶다. 그리고 머리속은 정가운데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은것처럼 계속해서 울린다.



얼마전에 라이센스 딴 친구도 물론 걔가 한 노력들이 있을 테지만, 내가 지나온 흘러온 10년, 걔가 쌓아온 경력들과 원장님이라 불리는 것들, 또는 개원한 애들까지 분명 출발선은 그닥 다르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만큼 벌어진 느낌이다. 그게 날 너무 괴롭게 한다. 사실 이렇게까지 비교하며 괴로워할 필요는 없는데 안좋은 상황일수록 더 깊게 파고들어가는 게 단점이다.



집에 오면 회사 일같은건 아무것도 아니게 생각하게 되고 또 그런거 같다가도 회사만 가면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다. 한발짝 옮기면 소소한 행복을 얻을거리는 옆에 분명히 있을건데 그런데 눈이 안가고 상황에만 매몰되어 있다. 이것도 다 부모한테 받은 거겠지. 울고 싶은데 쪽팔리고 구슬퍼서 눈물은 안나오고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다. 누구에게서 받는 위안이 필요한데 그게 표면적으로 하는거라면 없는 것만 못하다. 진심이 필요한데 지금 완전히 외딴섬에 홀로 있는 느낌이다. 뮤직 자동재생을 틀어놓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계속해서 곱씹는다. 남들이 다 하니까 하게된 입사부터가 잘못되었다. 그때 입사에 계속해서 실패했던게 어찌보면 다니지 말라는 뜻이었는가. 욕지거리처럼 이렇게 배설해도 오늘은 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꿈에서도 나타날거 같다. 고3때의 내 모습이, 수능에 실패하는 모습이, 산에 올라가서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던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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