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7억짜리 용역 내보내는 게 있는데 사업설명회를 해야 한다. 사업설명회를 하는 목적은 업체와 소통을 원활히 하고 서로 궁금한 거를 물어보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용역에는 8개 업체가 설명회에 참석했는데, 관심이 많다는 반증으로 보였다. 타회사는 설명회를 진행하지 않는 곳도 많은데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발주처와 용역사간 단절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 그날은 상위에서도 설명회에 참석하고 싶다고 해서 그러면 상사도 참석하지 않을 수 없으니 참석하게 된 것이었다.
상장회사에서 IR을 하는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알에 참석한 사람이 투자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회사와 투자자의 관계는 동등하다고 본다. 뭐 하나라도 더 듣기 위해 시간을 내서 세종시까지 온 사람에게 rfp를 읽어주기만 해야 하나? 업체를 잠재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많은 걸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 상사는 내 옆에 앉아 계속해서 '짧게 해 짧게'라고 몇 번이 곤 방해를 했다. 그럼 지가 할 것이지 설명을 하고 있는 도중에 방해를 하는 것 같아서 '차라리 참석하질 말지'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준비한 내용을 끝까지 다 말했다. 상사가 생각하는 '업체는 을, 우리는 갑'이란 생각에도 동의하기 힘들었고 본 취지에 맞게 진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은 후 평가일정이 다가왔다. 예상대로 업체는 8개가 들어왔고 평가를 준비하는데 평가위원 풀을 전달하니 '이거 내가 아는 사람인데 지금 원장밑에 있던 사무관이야. 내가 그때 해당 사업을 맡아서 사업을 만들었고'라고 결국 자기 자랑이다. '예 그렇군요'라고 대답하니 '근데 오늘은 사업설명 너무 자세하게 하지 마'
라고 하는 것이다.
솔직히 평가위원에 그가 아는 사람이 오건, 어떤 대단한 사람이 오건 관심이 없다. 예전부터 인맥으로 이뤄지는 사업 같은 것에 혐오를 느꼈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도 옅어지긴 할지언정 달라지진 않는다. 상사가 정년퇴임을 하고 내가 그 나이가 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인맥힙합'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쉽진 않을 것 같다. 이런 인맥으로 이뤄지는 일들이라든가, 수직적인 회사에서 업체를 업무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하청으로만 생각하는 게 싫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싶단 생각이 강해진다. 그에게 '그 사람들도 알에프피에 쓰여 있지 않는 걸 알기 위해 오는 거 아닙니까'라고 저번에 한번 말했었다. 하지만 내 대답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결국 오늘도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타인의 말은 듣지 않는 태도는 나이 든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걸까?
어제는 투자 모임에 나갔다. 쉽게 부자가 되고 싶고 최근에 시장 호황은 점점 파이어에 대한 욕망을 크게 한다. 그 자리는 공무원과 사기업, 전업 골고루 있었는데 '만약 내가 전업으로 전향한다면 그 자리에 있던 전업만큼 투자에 빠삭한가'를 스스로 돌이켜 보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만 맨날 똑같은 이야기, 회사 사람이 어쩧게 저쩧다는 말이 아닌 실적을 예측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그리고 알지 못했던걸 알게 되는 자리라 유익했다.
하지만 사람 만나는 걸 어려워하는 나는 그 자리에 나갈까도 그 당일까지도 망설였는데, 그 이유는 그동안 그런 모임에 나가서 느꼈던 '나가지 말걸'이란 생각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갔던 이유는 한 번씩 쿨타임이 차는데 뭔가 내가 하는 것에 대해 쓴소리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퇴근하고 매일 실적체크하고 어젠 잠에 드는데 너무 밤늦게까지 했는지 잠도 안 오는 것이었다. 빨리 부자가 되어야 하지만 트레이딩 할걸 장기투자 했으면 실적을 상회했을 텐데 내 행태에 대한 반성도 들었고 '결국 십 년 전과 달라진 건 무엇이지?'내게 물었을 때 투자금이 늘었단 거 빼고는 마인드는 그다지 변한 거 같지 않아서 그런 나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투자서적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그걸 내 것으로 체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이게 문제인걸 안다면 지금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