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한 날

by 강아

평가점수를 계산하는데 틀린 부분을 발견했다. 화가 나는 건 내가 그 실수를 했단 거고 보스도 했다. 하루 종일 점수만 계산하다 시간이 다 갔다. 출장을 다녀온 보스에게 말하니 그는 굳이 감사실에까지 미리 이야기를 했다. 점수를 계산하다가 업체에게 전화가 와서 잘못 안내했는데 그걸로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고 해서였다.


난 민원이 안 들어올 것 같았지만 모든 일에 걱정하고 타인지향적인 상사와 독립적인 나는 상극이다. 이 일로 하루 종일 모니터를 쳐다보며 잔소리를 하는 것도 듣기 싫었고 그가 틀린 것도 화가 났다. 하지만 가장 화가 난 건 내가 틀린 것이었다.


혼자 했을 땐 오류가 없던걸 타인이 인발브 하니까 실수가 생긴다. 무엇보다 내가 미스를 냈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실원 생일파티가 있었는데 당연히 그 자리는 안 갔다. 내 생일은 안 챙겨주면서 타실원 생일은 챙기네 말이 막나 왔다. 하루 종일 신경과민으로 일한 데다 지적까지 당하니 참을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실수한 거고 결국 다시 사인을 받으면 되는 문제다. 하지만 화가 난 건 타인의 실수보다 내가 그런 오류를 만들었단 것이었다. 장기병가를 내고 있는 동료 생각이 났다. 골절이라고 하지만 일상생활엔 무리가 없어 쉬고 있을 것이다. 그는 쉬는데 나는 피똥을 싸고 있구나 생각하니 더 열받았다.




내 존재가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으려면 접점을 끊고 퇴사해야 하는 걸까? 타인보다 내게 가혹한 걸 알고 있고, 타인이 실수할 때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으면서 왜 내가 한 것엔 이렇게 짜증이 날까 생각해 봤다. 역시 나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겠지. 타인은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조차 안 하는데 말이다.


집에 와선 요리할 힘도 없어 대충 고기를 구워 먹었다. 돈만 많으면 회사는 안 다닐 수 있어라며 종목분석을 토할 때까지 한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진을 빼고 왔는데 독기에 쌓여 미친 사람처럼 차트를 보니까 너무 힘들다. 나만 이렇게 고군분투하는가 싶다가도 정작 부러워하는 유튜버도 먹고살 걱정하는 거 보면 만인의 공통인 것 같다. 부러워하는 이유는 식물을 가까이하고 살고 친밀한 원가족과 모여 살기 때문이다. 내가 막상 그녀의 삶이었다면 그녀처럼 여유로워 보이진 않았을 것 같다. 그건 사람 본연의 성질인 것 같다. 허덕이며 주말을 기다리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에너지가 없어 널브러져 있는 삶을 그만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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