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티켓팅 실패기

by 강아

조성진 리사이틀이 있는 날이었다. 매번 광클에 실패하곤 해서 당일 취소표를 노리는 편이다. 예전에도 그렇게 예매한 적이 있어서 아침부터 취소표를 검색했다.


하지만 그전 경험이 운이었다는 듯이 취소표는 나오지 않았다. 중고나라도 검색해 봤지만 허사였다. 결국 중고나라에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리는 것은 귀찮았지만 표를 구할 수 있다면 감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곧 gracy라는 사람의 연락이 왔다. 그는 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분증이 있어야 되냐며 내게 되물었다.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는 사람이라면 잘 알 텐데 왜 내게 묻지 생각하며 '표를 받아서 제게 주셔야 할걸요'라고 대답했다. 예전에 공연에서 표를 받았을 때는 판매자가 여러 표를 예매한 사람이어서, 자기 걸 티켓팅하면서 내 것까지 해서 전달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일 때문에 못 갈 거 같아서요'라고 해서 '그럼 제가 확인해 볼게요'라며 센터에 직접 전화했다. 원래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법이다. 그랬더니 상담원은 어디서 구매했냐고 했다. 채팅방에 물어보니 답이 없었다. 상담원에게 지금 당장 연락이 안 된다 하니 성함과 연락처 뒷자리로 표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개인 간 거래에서 일어난 일은 본인들이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판매자에게 그렇게 전하며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과거 다이슨을 사러 갔다 주차번호까지 등록한다고 해놓고선 연락을 차단한 정신병자의 경험은 사람을 믿을 수 없게 했다. '미리 알려주시면 티켓팅하고 돈을 송금하겠다'는 자세로 나오게 했다. 그는 '그럼 공연장에 도착하셔서 연락하시면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준다'라고 했다.




조성진에만 정신이 나가있다가 프로그램 목록을 봤다. 라벨을 주제로 연주하는 내용이었다. 물의 유희, 죽은 왕녀의 파반느 같은 것은 대중성이 있기 때문에 알지만 알지 못하는 곡도 많았다. 그리고 그런 곡들은 지루하게만 여겨졌다. 프로그램 전체 음악을 들으니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팸플릿을 들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보다 집에서 치킨을 시켜 먹고 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항상 그렇게 연주회를 다녀오면 느껴지는 패배감도 지긋지긋했다. 프로그램이 내가 좋아하는 곡이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공연장에 도착해서 티켓팅을 했겠지만 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치킨을 포장해 와서 먹었다. 조용하지만 무료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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