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에 그리 집착하지 않는 나는 그런 그의 연락이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웠다.
-강아야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파이팅
-(사진) 오늘 점심은 돈가스야
-오늘 결국 회식 안 갔어
며칠 전 환영회가 있다며 가기 싫은 회식이라며 말하던 그는 결국 '회식 안 가면 되잖아'나의 의견처럼 가지 않았다고 했다.
-누난 호캉스 안 좋아해?
-그거 비싸잖아
-그렇긴 하지. 근데 난 인테리어 그런 거 보는 게 취미거든.
-여행은?
-서울에 모든 게 있는데 여행은 뭐 하려 해?
-난 여행 좋아해서 많이 다녔거든
-어디가 가장 좋았는데?
-이태리도 좋았고..
-난 가보고 싶다면 뉴욕 가보고 싶어. 도시 좋아하고 서울보다 크니까. 근데 나도 여자 친구랑 여행은 한 번도 안 가봐서 강아랑 가고 싶다. 일단 가까운 일본 먼저.
-일본 안 좋아한다며.
-그렇지 난 한번 뒤통수친 애들은 또 한다고 봐. 근데 너랑 가는 거면 가고 싶긴 해. 난 와이프 생기면 그 가족이랑 여행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 지금 가족이랑은 안 그러니까. 결혼도 상향혼 할 거야. 근데 집 되게 좋더라. 마치 한 번도 안 가본 지역이지만 예루살렘 같은 성지 느낌이야. 학교는 어디 나왔어? 나는 00 나왔거든. 그래도 한국 25%는 돼. 예전 여자 친구 만나면서 여자 만날 때 학력을 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
-00야
-아 거기구나. 예전 알던 애들 거기 다녔고 축제도 가봤어.
말할수록 그가 날 갈망하게 될 것이란 걸 알았다. 그가 갖지 못한 집, 차, 직업, 학력까지. 그건 그가 모두 갖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러자 난 곧 시들해졌다. 그는 내게 모든 걸 오픈했지만, 그걸 듣고 난 후엔 그를 알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닌 여기 까지란 생각뿐이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갈망하는 것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끌린다. 그는 언제나 너 하나만을 바라보는 사랑꾼이 될 수 있다며 이야기했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막상 몸만 오면 된다고 말했으면서도 나도 힘들 땐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럴수록 마음속에 잊지 못한 그가 더 생생해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