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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Aug 23. 2024

회사원이 되려고 태어난 건 아닌데

불합리한 일을 겪을 때마다 마음이 숯검댕이 됐다



세상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서, 그럴 때는 뭘 배우러 다녔다. 배운 것만 해도 여러 가지다. 목공, 의복제작, 헤어, 디제잉, 언어, 그림 등 걸핏하면 직업을 바꾸려고 여러 가질 시도해 보았다. 각각의 배움 또한 삶의 일부분이어서, 대부분 반복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몰입이었다.


생각해 보면 업무를 하면서 몰입하는 순간이 과거에는 분명 있었다. 기한이 있고 산출물을 내보여야 하는 때는 원형탈모가 올 정도로 열심히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업무를 하고 난 다음엔 깊은 허탈감이 몰려왔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끝내고 난 후에는 진짜 내가 없어진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말에는 자다 깨다를 반복했고 그렇다고 즐거움을 느끼는 경험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죽였다.


하지만 아프고 나서 온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은 고독을 맛보고 나서는 피부에 와닿는 바람, 청량하게 빛나는 나뭇잎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그 이후로 인스턴트 음식이나 몸에 좋지 않은 가공식품을 줄이기 시작했다. '나라는 존재가 없으면 내가 인식하는 세계도 없어진다'라는 걸 알고 나서 좋은 걸 경험하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인식을 하게 됐다.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는데 회사라는 좁은 범위에서 겪는 지엽적인 것을 생각하던 나는 범위를 세계로 넓히게 되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하던 '감사하다'라는 말이 진심을 다해 '감사함'으로 바뀌었고 주어진 상황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지금도 회사는 다니기 싫지만 하고 싶은 게 생긴 지금은 회사의 삶과 나를 분리하게 됐다.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날 아프게 하는 것들은 멀리하며, 순간을 향유하면서 죽을 때가 된다면 후회가 없었노라며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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