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선 자주 짜증이 난다. 내 일이 아닌 걸 내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열이 뻗친다. 얼마전에 예산변경을 했고 잔여예산을 털려면 계약을 3개 해야 한다. 책자 내용구성과 제작, 동영상 제작 이렇게 세꼭지다.
근데 원랜 2개였다. 상위에서 책자 제작만 하면 된다고 한걸, 담당이 바뀌면서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왔고 내용검토도 해달라고 해서 과업이 3개로 늘어난 것이다. 그것도 입찰을 내보내는게 맞지만 상위에서 예산변경안을 한달동안 잡고있는 바람에 수의로 할수밖에 없었다.
내용검토용역을 결국 내가 실무진에게 전화해서 계약을 했더니, 그다음 동영상제작 용역을 하라고 팀장은 성화였다. 이제 보고하지 않는 이유는 보고할때마다 수정사항이 있기 때문에 나도 연말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럼 시간에 쫓겨서 결재해줄 테니.
오늘은 이브였다. 이브날 회사에 나와있는것도 억울한데 팀장은 말했다.
-그거 타팀이랑 미팅 언제할거야
나는 하기 싫었지만 말했다.
-오늘 해야죠
-오늘 몇시
-2시요
그래서 그쪽 실무한테 연락했더니 '무슨내용으로 미팅하는건지 알수 있냐'고 물었다.
-팀장끼리는 알거에요. 영상제작건이 있는데 사이트에 올리기 위해 그쪽 영상제작기준 협의하려고요
내가 말한건 팀장이 말한것이었고 팀장은 그 회의가 오늘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실무진이 그쪽 팀장에게 보고해서 그쪽 팀장이 내게 전화를 걸기로는
-그거 업체 선정하고 알려주면 그때 우리 제작사양이 있거든 그거 알려주면 돼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또 보고하면 또 팀장이 짜증낼거니까 가만히 있었다. 그랬더니 팀장이 1시 30분에 물었다.
-미팅은?
-그거 업체 뽑히면 알려주면 된답니다.
-아니 협의해야하는데 무슨말이야?
-그쪽에서 협의 안하겠다는데(바짓가랑이 붙잡고 회의 할것도 아니고)
그러더니 팀장은 '그럼 그쪽팀이 쓴 제안요청서 찾아서 우리 내용에 넣어'라고 했다.
그래서 기관 사이트에 들어가서 그가 말한 '컨텐츠, 콘텐츠, 교육, 영상' 키워드를 모두 넣어 검색해봤지만 나오지 않았다. 나라장터에 들어가려 하니 그가 만류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무시하고 나라장터에 검색해봤더니 없었다. 그래서 팀장은 그쪽 팀에 갔다. 맨날 타팀에 가서 이야기하고 오는게 그의 일이기 때문이다. 갔더니 팀장은 없고 실무만 있어서 결국 제안요청서를 받았다.
내가 화가 나는 건 연말까지 계약이 이루어져야 하는 사업이고 처음에 그가 말한 1. 강좌를 50개 차시로 나누어라->라는 지시를 이행했더니 2. 한 차시에 이 내용이 들어가는게 맞냐? 라고 물어서 법인설립 과정에 예를들어 정관이란 용어가 있는데 그걸 이용자는 모를테니 설명을 해주고 가는게 맞다. 그래서 페이지는 1페이지밖에 안되지만 한차시로 들어가야 한다. 라고 답변했다.
그러더니 3. 발기설립과 모집설립을 나눠야 하는 이유가 있냐 고 물어서 이용자는 발기와 모집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에 차시를 나누는게 맞다. 라고 했더니 그는 어떻게든 훼방을 놓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 선에서 내가 구성한 차시로 계약계획 결재를 해줘도 되지만 그는 결정장애가 있고 본인이 의사결정하는걸 극도로 피하는 데다가 그렇게 의사결정한것도 맞은적이 없기 때문에 그는 그를 못믿어서 나를 재촉하는 것을 안다. 사회생활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인신공격 하는사람, 성추행 하는 사람, 갑질하는 사람. 어떤 상사를 만나도 결국엔 그를 혐오하게 됐으며 그가 내 자리로 찾아와 내뱉는 담배냄새때문에 숨을 참기도 여러번이다.
-누구랑 일해도 다 안맞는데 나는 직장생활에 지독히 안맞는 사람인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동안 갖가지 방법으로 병신같았던 상사를 생각하다, 도대체 이 짓거리를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모멸감에 전혀 이브같지 않은 이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