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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Dec 26. 2021

생업 Vs 전업작가

제 꿈은 전업작가입니다.


하지만 글쓰기 소질이 있지는 않습니다.

어렸을 때, 독서를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독서를 좋아하게 된 것은 직장인이 된 이후였습니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정신없이 사는 게 버거웠던 저에게

잠들기 전 읽는 책 한 두 페이지는 큰 위안을 줬습니다.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시험기간이 되면 유독 책을 읽고 싶어지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겠죠...


그렇다고 남다른 시선과 깊고 예리한 통찰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상력이 풍부하지도 않습니다.

특별한 경험이나 노하우도 없기에

흔히 말하는 '사생활을 탈탈 터는 글, 돈이 안 되는 글'을 취미 삼아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꿈은 전업작가입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직업'이 되면 고되고 힘들게 느껴진다고 하지만

전업작가로 살 수만 있다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전업작가'의 꿈을 갖게 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월급쟁이 말고 뭘 해야지 먹고살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노동의 시대가 아닌 자본의 시대에 걸맞은 일을 찾던 중

온전히 나의 시간을 소비한 대가로 받는 수입이 아닌 일을 찾던 중,

제 머릿속에 딱 떠오른 직업이 '작가'였습니다.


높~~ 은 빌딩을 소유하고 그 건물 1층에서 취미 삼아 우아하게 꽃집을 운영하고 싶었지만.

가진 자본이 '0'이라서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작권 수입을 받을 수 있는 '작곡가, 작사가, 이모티콘 작가'등을 알아봤지만

화성학과 디자인 프로그램에 백기 투혼 했습니다.


그나마 어렸을 때부터 아름답고 과학적인 '한글'을 수십 년간 사용했다는 것을

경력으로 삼아 이제부터 '작가'를 해 보자!...라고 결심한 것입니다.

그래서 얼떨결에, 급하게 '작가'가 꿈이 됐습니다.


2021년 봄, 브런치 작가가 됐습니다.

2021년 가을, 수필 작가로 등단했습니다.


그리고... 끝!입니다;


그동안은 휴직 중이라 글을 적을 수 있는 시간이 비교적 많았습니다.

하지만, 복직과 동시에 '글감'이 모두 사라진 것 같습니다.

글을 적고 싶어서 퇴근 후 노트북 앞에 앉아도

도무지 글이 적히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비슷비슷한 글을 여러 편을 늦은 밤과 새벽에 올려

제 글을 구독해주시는 구독자분들께 '알람'테러가 될까 봐 걱정했던 예전이 그리워집니다.


사실, 복직하면서 제가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팍팍한 삶에 맞춰 살다가 글을 적을 수 있는 순수한(?) 감성이 메말라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운명 주의론자인 저는 복직한 그 순간부터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나의 사주팔자가 정해져 있다면, 내가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도 그 수입은 들어오게 돼 있지 않을까? 내가 무엇을 하든지 정해진 내 복은 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래! 그만두자!!'

조용히 글짓기 강의를 검색하고, 출판 방법을 검색해 보다가 또 고민에 빠집니다.

 '아니야! 비록 일하는 게 힘들지만, 나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해야 돼. 이걸 내가 해내야지 내가 받을 수 있는 복을 다 받을 수 있을 거야.'


이렇게 혼자 고민하는 저를 남편은 매우 걱정스럽게 쳐다봅니다.

남편은 제가 글을 적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와이프가 브런치 작가라고, 수필작가라고 자랑을 하며 다닙니다.


하지만... 남편은 제가 글 만 적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언제나 우리에겐...'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지요. 누구의 응원도 받지 못합니다.

주변을 열심히 설득하고, 스스로 흔들리지 않게 끊임없이 동기부여하면서,

자식과 생계를 돌봐야 됩니다.


 '아이가 있는 중년 여성의 꿈 따위'는 

추운 겨울 바다 한가운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해송'과 같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추운 겨울,

바다 한가운데 있는 작은 돌섬에서 '생존' 자체가 경이로운 '해송'...


저의 허망한 꿈... 은 해송처럼 춥고 외롭고 배고프겠지요...


이렇게 생업과 전업작가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제가 좋아하는 장강명 작가님의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https://youtu.be/NyXr8FHufqM


영상에 나오는 작가님의 말씀입니다.

-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 글쓰기는 자기표현의 욕구이자 본능이다. 

- 나는 너무 글을 쓰고 싶은데 전업작가가 되면 굶어 죽을까 봐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

  악기처럼 연주실을 빌릴 필요 없이 밤에 시간 될 때 부엌에서 써도 되는 

  글쓰기는 다른 어떤 것보다 병행하기 참 좋은 일이다.

-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내가 얼마나 깊이 있는 경험을 하느냐가 필수 요소다.

- 다른 사람들이 이 시대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겪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생기고 글쓰기 

  능력이 가미가 돼야 좋은 소설이 나오는 것 같다.

- 남들이 할 수 없는 자기만의 경험을 해보고.. 고민하는 과정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혹시 저처럼

전업작가를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위 영상을 꼭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생각 정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처음에 '작가'를 꿈꾼 이유는 문학에 대한 수수한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9 to 6'이길 바라지만 하루의 대부분의 메여있어야 되는 게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글을 적으면서 제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첫째,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집필에 필요한 시간도 많이 들지만, 소재와 영감을 얻기 위해 정보를 습득하고 글쓰기 기술을 배우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월급쟁이의 근무시간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소설가께서 하루 8시간씩 꼬박 3년 정도를 열심히 소설을 적어야지 신춘문예에 등단할 실력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듯 작가가 되기 위해선, 꽤 많은 시간을 글만 적을 수 있도록 할애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둘째,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 됩니다.

특정 사건에 대한 글을 적기 위해서는 문헌 연구, 관계자 인터뷰, 언론 스크랩 등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됩니다. 

어제 SF소설 공모전에 응시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이런 내용으로 쓰면 되겠다.'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적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적기 위해서는 즉, 구체적인 장면을 묘사하고 사건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미래시대에 대한 상세한 상황 설정이 필요한데 AI, 생명과학 등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전 지식 없는 저는 상세한 상황 묘사, 스토리 전개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어찌어찌하여 공모전 응시 가능한 최소 분량을 겨우 맞추는데 급급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분야를 글로 적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자체가 전업작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래서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보며 다양한 분야에 언제든지 전문가 수준까지 깊게 파고들 수 있는 기본 지식이 있어야 됩니다. 공부가 습관화돼야 됩니다.


셋째, 작가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뛰어넘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몇 달 동안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여러 작가님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무실에 출근하여 회의를 개최하면서 만난 사람들보다 오히려 저와 마음이 더 잘 통하는 사람들을 알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서로의 글에 지지를 표하고 마음을 나누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특히, 제가 꿈꾸고 그리는 세상을 설계할 수 있는 소설을 적는 과정은 더 즐겁고 신기했습니다. 시간, 공간의 범위를 정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모두 설정하고 향후 전개될 사건을 컨트롤하는 것은 잠시 '신'이 된 듯한 착각마저 갖게 해 줍니다. 

이렇듯 사람과의 소통 없이 혼자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세상을 구축하고, 향후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글쓰기가 가지는 마력일 것입니다. 


이렇듯 장강명 작가님의 조언과

제가 짧은 기간 글을 적으면서 느꼈던 점을 토대로 하여

다가오는 새해, 2022년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글을 적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 들여 적겠습니다.


당장에 글을 못 적고 일을 해야 된다는 것에 속상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의 장점을 잘 살려서 

사회와 사람을 보는 안목과 공감 능력을 키우겠습니다.


'소설'과 '시나리오' 등

에세이 외 타 분야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여

향후 최소 3년 ~ 10년 후를 바라보며 천천히 습작하겠습니다.


저는 최근에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답답함을 이기고자, 독서를 열심히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의 고민이

사색의 깊이가 남다른 분들이 먼저 겪은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데 안도하였습니다.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답은

대부분 책과 명언 속에 다 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해결해드립니다.>라는 매거진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번에 새로 등록 한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매거진은,

살면서 마주하는 많은 고민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치열하게 한 후 깊은 성찰과 깨달음을 먼저 얻은

여러 작가님, 명사님 등의 어록과 영상, 영화 속 명대사, 책 구절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담아 보려고 합니다.


생업 Vs 전업작가!

저의 첫 번째, 고민에 대한 답은 바로,

힘들게 일 하는 시간도, 고민하고 있는 이 순간도

언젠가 제 글 속에 잘 스며들어 소중한 글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현재 제가 가진 직업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틈틈이 글을 적어도 늦지 않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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