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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Mar 25. 2022

오미크론으로 입원 중이지만 글은 좋습니다.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걸렸다는 코로나!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은

대인관계를 의심받는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도는 시대입니다.


확진자 한 두 명 다녀갔다고 백화점과 공장을 폐쇄시키고,

마녀사냥을 하듯 확진자의 동선을 파헤치고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심판하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사람들이 지금처럼 코로나를 가볍게 생각하게 된 것은

아마 코로나에 걸려도 많이 아프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중 오미크론의 증상의 독감과 비슷하다고 하죠.


하지만 저는,

대부분 무증상 혹은 가벼운 통증에 그친다는

그 오미크론으로 3일째 입원 중입니다. 


기저질환이라는 건

귀찮고 좀 번거로운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무서운 거였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면

따뜻한 물, 사탕, 호흡기를 챙겨야 될 만큼

천식이 심한  제가 지난 월요일 오미크론에 걸렸습니다.


다행히 고열은 하루 만에 멈췄지만

쉴 새 없이 나오는 기침으로

호흡곤란, 가슴통증이 심해져 입원하게 됐습니다.


음압병상의 특성상 병실 바깥출입은 고사하고

환기조차 할 수 없는 곳에서의 생활이

생각보다 답답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둥이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편, 친정엄마, 아들 둥이까지 온 가족이 확진됐는데

정신없이 저만 병원으로 오게 됐습니다.


다행히 가족들은 큰 고통 없이 코로나 자가격리 중이지만

초반에 고열로 힘들어하던 아들 둥이를 꼭 안아주지

못하고 온 게 계속 후회되네요.


하지만, 병원에 있는 동안 좋은 것도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병원은 노트북 반입이 금지입니다.

노트북이 없는 곳, 글을 적을 수 없어서 힘들지만

덕분에 먹고 자고 생각하고 책을 읽으며 치료에

집중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입원할 때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소설책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입원한 하루 만에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필사를 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많았지만

적을 수 없으니 문장의  의미를 천천히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장편소설은 이렇게 적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등장인물의 수, 그들 간의 갈등구조, 시간의 흐름... 등


퇴원하게 되면

그동안 소설이라고 끄적거렸던 노트북에 저장된

제 글들을 모두 삭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깨끗하게 비운 뒤

다시 시작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글'은 이렇게 참 좋습니다.


아픈 와중에도 노트북이 없어도,

제 마음에 희망과 열정을 가져다주니까요.

 

(병원에 와 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미크론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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