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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Mar 15. 2023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 엄마는 무엇을 소원하셨을까?

몇 년 전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아무도 없는 새벽, 

바닷가에서 비를 맞으며

무당과 함께 굿판을 벌인 적 있다고 고백했다.


비, 새벽.

북적한 사람 대신

그들이 놔두고 간 슬픔만큼 높아진 파도.


바다 앞에서

줄곧 펑펑 울던 엄마는

울어도 어도 해소되지 않는 슬픔을 달래기 위해

결국 굿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고독 바다 앞에서

그 시절 엄마를 펑펑 울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미신인 줄 알면서도 돈을 들여

굿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엄마는 답하지 않았다.

  "너도 마흔 살이 되면 알게 될 거야."

라고만 말씀하셨다.


엄마는 정확했다.

마흔 살이 넘었고, 이제 그 바다 앞에

엄마 대신 내가 앉아있다.


굿판을 벌이진 않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치고 희한하고 요란한 일을

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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