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더 글로리'에 빠진 남편은
나와 드라마 내용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며 함께 보길 권유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지났고
미리 본 남편이 잔인한 부분이 나오면 볼륨을 줄이거나 4 배속하여 나를 배려해 줬지만
온몸에 날카로운 발을 가진 벌레가 기어가는 듯해
'학교폭력, 왕따'를 주제로 하는 작품은 볼 수가 없다.
문동은이 연진이에게 당한 것처럼
온몸에 화상, 폭행 흔적이 남진 않았지만
나 역시 몇 명의 친구들에게 발로 차여봤고 맞았고
공개적인 놀림과 따돌림을 당했었다.
황송하게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 내 학창 시절은 즐겁게 마무리된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나마 순박했던 시절에 태어났기에 그 정도로 멈췄지
지금 학교를 다니면 나 역시 어떤 꼴을 당했을지
지금도 온몸이 긴장된다.
나에게 연진이는 여려 명이다.
상처가 남지 않을 정도로 때리고
뜨거운 화상의 흉터를 남기지 않아서 미안해하지도 았았던 수많은 연진이들.
그래서 누구에게 복수를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여전히 연진이에게 당한 그 상태 그대로다.
결혼하고 취직하고, 아들도 낳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아주 작은 흔들림에도 연진이에게 잔인하게 당했던
문동은으로 돌아가 혼자 분노한다.
복수할 대상을 찾지를 못해
여전히 분노에 갇혀있는 내가 너무 갑갑하다.
줄곧 죽고싶다고 생각하는 나의 솔직한 마음은
어쩌면 찾을 수 없는 연진이에 대한 분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