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지난 이 년이 성인이 된 이후 보낸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 시간의 절반 동안은 글을 쓰지 못했고 나머지 시간 동안 <밝은 밤>을 썼다. 그 시기의 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누가 툭 치면 쏟아져 내릴 물주머니 같은 것이었는데, 이 소설을 쓰는 일은 그런 내가 다시 내 몸을 얻고. 내 마음을 얻어 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 작가 최은영 -
2022년은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과 함께 보냈다.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물주머니 같다고 자신을 표현할 정도의 감정을 글로 토로한
최은영 작가님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나를 좋아했던 적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 예민한 내 성격이 더 싫어졌다.
사소한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못해 까탈스럽지만
외부로 발산하지 못하는 소심한 내 성격은
어쩜 이렇게 나를 번거롭게 하는지.
최근 일주일 간, 근무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난 적이 세 번 있었다.
주말이었던 어제도
새벽 6시 50분쯤? 출근했는데 눈물이 나서 계획했던 일을 끝내지 못했다.
마음이 터질 것 같아서 휴게실에서 울고, 화장실에서 울고.
아무 일도 없는데.
오늘도 출근했는데 눈물이 났다.
몇 달 전, 유명을 달리한 직원의 순직 신청서류 탓만은 아닌데 눈물이 났다.
계속 어둡고 싶은데 밝은 곳으로 억지로 이끄는 봄이 너무 힘들다.
수요일 오후부터는 회사에서 먹는 것들을 다 토해 더 힘들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끝이 나겠구나.'라는 확신이 든다.
'누가 툭 치면 쏟아져버릴 것 같은 물풍선' 같은 마음.
'소설을 쓰는 일은 그런 내가 다시 내 몸을 얻고. 내 마음을 얻어 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니.
역시 '글'은 힘이 있다.
문학을 읽으면 세상을 예민하게 보는 눈을 가질 수 있어요. 예민함은 부정적인 거라는 편견이 있지만, 사실 예민하다는 건 참 좋은 거예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예민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행복하기가 힘들어요. 고통이 많이 보이거든요. 예민한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은 누구나 살기 좋은 세상이에요. - 작가 정여울 -
하필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고통을
감당하지도 못할 거면서 족족 눈에 담는 예민한 족속으로 태어났을까... 싶지만
다시 태어날 수는 없으니까
오늘도 나는 '글'에 더 집중하려고 발버둥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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