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달걀의 선후관계

by 이서진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알기 어렵고, 밝혀진다고 해도 크게 의미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 번씩 이 질문을 떠올린다. 마치 이 질문의 답에 인생의 진리가 포함된 것처럼.


지난주 금요일 병원에 다녀온 후, 나는 '닭과 달걀의 선후관계'처럼 답이 없는 고민에 빠졌다.


4년 정도 나를 진료해 주시던 류마티스 교수님께서는 내게 '섬유근육통'을 진단해 주셨다.

섬유근육통.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는 브런치 작가님들이 적은 글이 떠올랐다.


분명히 아픈데 원인이 없는 병. 검사결과는 정상이라 환자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는 병. 그래서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항우울제가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는 그 지긋지긋한 병. 통증에 관련된 뇌신경의 이상이라는 설도 있지만 아직 뭐가 뭔지 밝혀지지 않은 병.


몸이 아파서 마음이 우울해진 걸까?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아프게 된 것일까?


난 태어날 때부터 건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명이 하나 추가 된 건 대수롭지 않았다. 그것보다 '어쩌면 나의 우울증이 소심한 내 성격 탓이 아닌, 병의 증상 중 하나일 뿐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지긋지긋한 통증으로 인해 우울감이 동반된 것일뿐.


장애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한 번도 몸이 개운하게 괜찮은 적 없었다. 항상 아팠고 삐뚤었다. 몸에 염증을 항항상 달고 살았기 때문에 치료받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의심을 갖고 좀 더 일찍 움직였다면 '우울증'보다 '섬유근육통'이란 진단을 먼저 받았을 것이다.


상시복용 약이 많아지면서 반년 전부터 처방전을 받을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진료 때마다 처방전을 보여드리고 약을 받지만 이 많은 약들을 지속적으로 먹어도 되는지 의심된다. 의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없는 내가 보기에도 당장에 문제는 없지만 위와 간에 무리를 줄 것 같다.


아침에 먹어야 되는 약을 먹다가 구토를 했다. 약이 왜 이리도 많은지. 7개 진료과에서 처방받은 약 스무여 알을 한 번에 다 꿀꺽 넘겨도 되는지 걱정됐다. 얼마 전 약 과다복용의 후유증이 남아있는지 정신과 약을 넘기기 위해선 구역감을 참아야 된다. 내 몸속 모든 세포와 장기들은 똑같이 소중한데 다른 곳을 낳게 하기 위해 희생하는 위와 간이 걱정됐다.


약을 줄여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향후 1년 안에 내가 먹는 약을 1/3로 줄이고 싶다. 그럼 어떤 것부터 해야 될까? 원인이 무엇일까?


몸이 아파서 마음이 우울해진 걸까?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아프게 된 것일까?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정답을 알기 어려운 문제.


정신과 선생님은 내게 뭘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고 무조건 쉬라고 하셨다. 운동도 에너지가 있어야 된다고. 다만, 기분이 괜찮다면 일주일에 2~3회 산책을 권유하셨다. 헬스장보다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외 운동을 추천하셨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세 번 야외에서 만보를 걷는다. 언젠가는 좋아지리란 희망을 갖고.


'힘들지? 바쁘지?'라는 질문에 '괜찮아요'라고만 답했던 지난날을 후회한다.

몸의 통증에 집중하지 않고 살다가 마음의 병을 얻었다는 피해의식 때문인지 이제는 '아픔'과 몸의 감각에 집중하고 싶다.


2023년은 그렇게, 나의 몸에만 집중하면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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