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이시영-
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러쥔 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거대한 파도의 뱃속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다 엄마 손을 아득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 엄마 강물은 새벽강에 시린 몸을 한번 뒤채고는 오리처럼 곧 순한 머리를 돌려 반짝이는 은어들의 길을 따라 산골로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의미 없이 채널을 돌리다가 '우리들의 블루스' 재방송을 봤다.
바다에 왔다고 무척 좋아하며 바다보다 더 밝게 웃고 있는 신민아.
'선아'라는 캐릭터가 한적한 바다를 보고 환하게 웃는 나름의 사연이 있겠지만
'바다가 저렇게 좋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가 있는 곳에서 태어나 40년 동안 바다와 함께 지낸 나에겐
바다를 보고 환호하는 영상은 언제나 낯설다.
바다가 왜? 저게 뭐라고?
항상 내 눈앞에 있는 건데. 저게 그렇게 신기하고 좋은 거였던가.
바람이 살에 닿기만 해도 짜고 끈적거려서 귀찮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저들도 어쩌다가 지나치듯 보니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거겠지.
바다가 삶 속에 들어오면,
가족 중 누군가 바다에 빠져 죽진 않을지 애달파하거나
해풍 때문에 가구를 자주 바꿔야 되며
소금기 가득한 바람에 피부가 상하는 것을 걱정해야 된다.
그들의 삶에 바다가 없어서 웃을 수 있겠지.
나에게는 당연하고 때론 귀찮지만 누군가에겐 소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바다'말고 가까이 있는 것 중 그런 것들이 설마 또 있을까? 글쎄다.
역시 인생도 바다처럼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정이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