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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Sep 17. 2023

면역

내가 알기로 세상을 서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상처받게 마련이다.
영원하고 유일한 사랑 따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서정성 자체가
고통에 대한 면역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 은희경 <새의 선물> -


내가 지나치게 서정적인 탓일까?

누군지도 모를 대상에게 면역력을 뺏기고 또 빼앗기다 못해

두 팔 환영하여 병균을 맞이하는 듯하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덥고 끈적끈적한 여름이 멀어지는 것은 반갑지만 계절이 바뀌는 것은 항상 고통스럽다.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던 지난 6월.

온몸이 바늘로 찌를 듯 아파 병원에 입원했었다.

약을 줄인 것도 아닌데 다시 통증이 심해졌다.

생각해 보니 또...... 환절기다.


다시 병원에 갔다.

교수님은 섬유근육통과 류마티스는 완치하기 어렵고,

지금 약보다 더 세게 처방하는 것도 힘드니 의도적으로 푹 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셨다.


'섬유근육통'을 검색 해봤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BGU)의 율리아 트라이스터-골츠만 박사 연구진은 총 18만 8751명의 성인 섬유근육통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섬유근육통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27%, 자살 위험이 3배,

폐렴 등에 감염될 위험도 44% 더 높다고 했다.


위험도가 위와 같은데도 별다른 치료약이 없다는 게 답답할 뿐이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 은희경 <새의 선물> -

내가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 따위에 의미부여를 너무 많이 하고 살았나 보다.

은희경 작가님의 글처럼 삶을 농담처럼 여기고 웃어 넘기면,

서정적인 감정이 점점 메마르게 되고 사라졌던 면역력이 돌아올까?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effen Frank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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