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기로 세상을 서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상처받게 마련이다.
영원하고 유일한 사랑 따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서정성 자체가
고통에 대한 면역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 은희경 <새의 선물> -
내가 지나치게 서정적인 탓일까?
누군지도 모를 대상에게 면역력을 뺏기고 또 빼앗기다 못해
두 팔 환영하여 병균을 맞이하는 듯하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덥고 끈적끈적한 여름이 멀어지는 것은 반갑지만 계절이 바뀌는 것은 항상 고통스럽다.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던 지난 6월.
온몸이 바늘로 찌를 듯 아파 병원에 입원했었다.
약을 줄인 것도 아닌데 다시 통증이 심해졌다.
생각해 보니 또...... 환절기다.
다시 병원에 갔다.
교수님은 섬유근육통과 류마티스는 완치하기 어렵고,
지금 약보다 더 세게 처방하는 것도 힘드니 의도적으로 푹 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셨다.
'섬유근육통'을 검색 해봤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BGU)의 율리아 트라이스터-골츠만 박사 연구진은 총 18만 8751명의 성인 섬유근육통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섬유근육통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27%, 자살 위험이 3배,
폐렴 등에 감염될 위험도 44% 더 높다고 했다.
위험도가 위와 같은데도 별다른 치료약이 없다는 게 답답할 뿐이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 은희경 <새의 선물> -
내가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 따위에 의미부여를 너무 많이 하고 살았나 보다.
은희경 작가님의 글처럼 삶을 농담처럼 여기고 웃어 넘기면,
서정적인 감정이 점점 메마르게 되고 사라졌던 면역력이 돌아올까?
*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effen Frank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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