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가라앉아 있다가 꼼지락거리려고, 발가락 저 끝까지 신경을 애써 보내본다. 어쨌든 살아야 하므로.
고민 끝에 둥이와 함께 헬스를 하기로 결심했다. 둥이가 헬스장에 있는 기구들을 자유자재로 다뤘으면, 컨디션에 맞는 운동방법을 알았으면, 하는 부모 욕심으로 개인 PT 수강권을 끊었다. '월 3만 원'이라는 전단지 광고와 달리 개인 PT는 우리 집 형편에 많이 부담돼 우선 둥이것만 끊었지만 어쩌다 보니 둥이와 함께 PT를 받게 됐다. 태권도 학원처럼 친구들과 노는 것도 아니고, 수영장처럼 시원한 물도 없는 헬스를 둥이는 많이 지겨워했다. 결국 나는 둥이의 친구 자격(?)으로 함께 PT수업을 시작했다. 운동 전, 둥이와 나의 상태와 복용 중인 약을 선생님께 모두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지체장애, 류마티스 환자와 고도비만인 초등학생을 함께 수업하는 건 처음이지만 효율적이면서 즐겁게 운동하는 방법을 고민해 본다고 했다.
'헬스 PT'라는 어감과 달리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에 체조를 한다. 둘 다 저질체력, 고도비만, 헬린이라서 자신의 몸무게를 버텨야 되는 스트레칭만으로도 운동량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단, 나는 류마티스를 앓고 있기 때문에 둥이보다 운동 강도를 약하게 했다.
헬스장에 들어가면 둥이와 난 사이클을 10분 동안 탄다. 1분간은 빠르고 강하게, 15초 간 느리고 약하게 페달을 굴린다. 에어컨과 대형선풍기가 있지만 사이클을 3분 정도 타고나면 온몸에 땀이 흐른다. 집에서 준비해 간 수건으로 둥이의 땀을 닦아준다. 사이클 시간이 끝났지만 선생님은 우리에게 쉬는 시간을 길게 허락하지 않는다.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게 한 후 30초간 심호흡을 시킨다.
다음 운동은 칙칙폭폭! 대형기구에 발을 기대 싸이클로 뭉친 종아리를 푼 후 탄력성이 약한 고무밴드를 무릎에 각각 끼운다. 둥이와 나는 각각 고무밴드를 찬 채로 손을 잡고선 바닥에 그려진 기찻길을 따라다닌다. 이 운동의 핵심은 기찻길 너비만큼 양 무릎 간격을 유지하면서 움직이는 것이다. 헬스장 벽을 삥 둘러 놓인 기구로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아들과 나는 기찻길 놀이를 한다. 서로 잡으려고 뛰어놀다가도 '기차선 밟으면 안 돼요!'라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다리 힘주기에 집중한다.
칙칙폭폭! 운동이 끝나면 아들과 나는 다정하게 커플 요가를 한다. 등이나 발바닥, 손바닥을 맞대고 각자의 몸을 쭉쭉 편다. 그리고 서로에게 버팀목이 된 채로 상대방의 운동을 도와준다. 남편 하고도 해본 적 없는 커플운동을 아들과 하게 되다니. 엄마인 나는 행복할 뿐이다.
커플 요가가 끝나면 각자의 운동을 한다. 나는 필라테스 대기구에 누워 브릿지 자세와 코어운동을 하고 둥이는 런지, PT체조 등을 한다. 둥이는 누워서 운동하는 엄마가 부럽다며 투덜거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운동을 끝까지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런저런 운동을 45분 하고 나면 수업이 끝난다. 땀은 흠뻑, 얼굴이 벌게진 채로 우린 마주 보고 웃는다. 집으로 돌아와 찬물로 시원하게 샤워를 한 후 미지근한 물을 한잔씩 마신다. 에어컨을 틀고 보송보송한 이불에 누워 서로 껴안고 낮잠을 자면 모든 게 끝! 나는 통통한 둥이의 배를 만지며, 둥이는 내 팔을 배게 삼아 잠에 든다. 세상에 이보다 개운하고 편안한 일이 있을까.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보송하고 포근하고 개운한 이 느낌이 반복되면 우리가 건강해질 거라는 행복한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