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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안와사

by 이서진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 되는 생각을 자주 하라는 처방을 내리는 의사는 없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지침들은 대부분 그렇다. “불행하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이다.
불행한 사람에게 생각을 바꾸라는 것은 손에 못이 박힌 사람에게 “아프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과 비슷하다. - 서은국, <행복의 기원> -


얼굴이 종이처럼 구겨졌다.

어린이날 휴일부터 얼굴 근육이 불편하더니 오른쪽 얼굴이 영 못 보게 됐다.

모든 게 굳었다.


한의원에선 구안와사라며 침을 권유했다.

다행히 신경과에선 큰 이상은 없다며 푹 쉬고 잘 먹으라고 했다.


질병휴직 중이라

이미 더 쉴 수 없을 만큼 잘 쉬고 잘 먹고 있다고 답했다.

의사는 더 적극적으로 푹 쉬어 보라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했다.

적극적으로 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스트레스가 선물도 아니고, 나 역시 스트레스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 1인이다.

그것보다 요즘은 집순이라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는데......


아, 좋은 점도 있구나.

얼굴이 구겨진 덕분에

코로나가 끝난 지 한참인데도 서랍장 한켠에 쌓여있는 마스크를 한 장 한 장씩 소진하고 있다.

마스크가 다 사라지면 구겨졌던 얼굴도 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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