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대부분의 경우 육체의 힘을 빼앗아감으로써 정신의 힘을 자유롭게 한다.
자신의 의식을 정신적 영역으로 옮긴 사람에게 병은 행복이 될 수 있다.
- 톨스토이, <인생독본> -
이틀 전, 한의원에 입원했다. 아직 뇌 MRI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급한 대로 한의원에 입원했다. 안면마비는 빠르게 치료해야 후유증이 적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침을 많이 맞아본 터라 침 맞는데 일가견이 있는 나지만 얼굴에 특히, 혀 아랫부분에 맞을 땐 조금 불편했다. 살짝 아프기도 했다. 이틀 동안 받은 치료 덕분에 입이 돌아오려고 하니까 이번엔 혈압이 이상해졌다. 오히려 저혈압에 가까웠는데, 어젯밤 혈압이 220이나 된 것이었다. 그리고 반대편 팔은 130. 원래 양쪽 팔 혈압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는 것일까.
자신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건강과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필요 없고 오히려 건강하지 않아야 할 수도 있다.
- 톨스토이, <인생독본> -
톨스토이 말대로라면 신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
아직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조금 더 힘을 내야겠다. 힘을 내야 되는데 힘이 나질 않는다.
오늘은 일단 쉬고, 내일부터 힘을 내봐야지.
인간은 병에 걸려도 건강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명을 다할 수 있다.
- 톨스토이, <인생독본> -
침 맞는 것을 포함한 물리치료 시간은 두 시간이다. 아침과 오후에 각각 두 시간씩 하면 땀이 나면서 진이 빠지지만 나머지 시간은 대체로 자유롭다. 병원과 달리 수액줄을 꽂고 있지 않아도 돼 두 팔도 자유롭다.
그래서 나의 사명 중 가장 간단한 책을 읽었다. 덕분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합평 수업에 제출할 글도 적어야 되는데...... 정작 중요한 사명은 아프다는 핑계로 하지 않고 책만 읽고 있다.
이렇듯 전혀 슬기롭지 않은 입원 생활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