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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May 04. 2021

2년만에 천식 진단을 받았다.

  "선생님 전화주신 곳이 교통행정과는 맞는데요, 교통 시설물 중 반사경만 저희 부서에서 하고 다른 시설물은 도로정비과 소관사항이니 그 부서로 전화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야, XX야!!!!! 왜 자꾸 전화를 돌리고 XX이야. 지금 전화받고 있는 니가 알아서 처리하고 나한테는 결과만 알려달라고! XXX, 개"★★★, 삐~~~~~!!" 

 

오늘도 욕 한 바가지를 들으면서 업무를 시작했다.

걸려오는 전화를 신속하게 받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얘기했는데,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일까? 일방적으로 대화를 단절시킨 것도 민원인이다. 역시 수동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내게 전화 준 그 아저씨는 그 많은 욕을 어떻게 다 알고 계시며, 저렇게 빨리 말할 수 있었을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알게 되면 감사할 것 같은데... 왜 화를 내실까?'라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난 2년 만에 천식 진단을 받았다.


내가 현재 먹고 있는 약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 류마티스 염증약, 그리고 천식 호흡기과 알레르기 약'이 있다.


그중에서 천식 진단은... 지금도 의아한 부분이 있다.


 '언제나 느껴지는 담배연기 냄새, 항상 숨을 찔끔찔끔 쉬어 답답한 가슴, 노인처럼 나오는 헛기침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느꼈던 증상들이다. '소심하고 몸이 약한 탓에 그럴 테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5년 전쯤, 유독 기침이 심해졌고 당연히 감기인 줄 알았던 나는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일정기간 약을 먹었는데도 기침 횟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감기가 아닌 것 같다며 비염약 등으로 갈 때마다 약을 조금씩 바꿔주셨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새해가 됐고, 봄과 여름을 지나면서 증상은 잦아들어서 낳은 줄 알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약의 효과로 병이 나은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프다는 데 익숙해진 것이었다.  


내가 기침이 심했다는 사실을 잊을만할 때쯤, 다시 쌀쌀해졌다. 기침은 작년보다 더 심해졌고, 갑자기 살이 찐 것도 아닌데 숨이 유난히 찼다. 다시 이비인후과에 일주일에 한 번씩 약을 타 먹으며 지내던 어느 날 TV에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우연히 '천식'에 대해 알게 됐다. 저거였다! 딱 내 증상이었다.

이튿날 바로 다니던 이비인후과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 기침이 계속 안 멎는데 혹시 천식은 아닐까요?"

  "전부터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네? 그럼... 왜 미리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어요? 천식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 해 주신적 없잖아요."

  "제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우리 병원에서는 천식을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천식을 다루는 병원이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천식이 의심되니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추천을 하는 게 옳은 것 같은데... 누가 작정해서 날 속인 적 없는데 혼자 속은 느낌이 들었다.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이번엔 간호사가 개입했다.

  "선생님, 다음 환자 진료 보셔야 되니 나가주세요. 그리고 보통 환자 스스로 차도가 없으면 다른 병원을 가기 때문에 먼저 말해주진 않아요."

나는 간호사의 당당한 항변에 더 당황했다. 난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의료봉사를 하거나 의료행위의 윤리를 강조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등을 의사에게 바란 게 아니다. 그저 건강보험제도에 따라 합당한 비용을 치르며 자신을 찾아온 환자의 병을 치료해 주는 정도를 기대했었다.

모든 병원이 그런 건 아니었지만, 내가 다닌 병원은 환자의 병을 치료할 수 없음에도 '오는 손님 마다하지 않는 다'는 상업적 마인드로 이 약, 저 약 바꿔가면서 수익사업만을 하는 곳이었다. 영업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의료행위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더 병이 심각해진 환자의 원성도 간단하게 차단했다. 


교통행정과, 도시디자인과, 건설과, 민원여권과, 주민복지과, 생활보장과, 아동복지과...

 : 부서별 중앙부처, 관련 법규, 공무원 직렬, 사업내용 등이 다르다. 그 '다름'을 설명하고 안내해도 사람들은 보통 화를 낸다. 그리고 그걸 다... 꾹 참고 듣고 있어야 된다.


알레르기 내과, 호흡기 내과, 류마티스 내과, 내분비 내과, 안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 원래 다른 곳이다. 설명도 필요 없고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다.(다른 부분을 적으려고 했는데 무식해서 적을 수가 없다ㅜㅜ)


'위 두 분류는 뭐가 다를까?'라고 묻고 '다르지 않다.'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글을 적다 보니깐 저절로 알 것 같다. 


바로 전문성!! 


공무원 조직은 법적으로 다르다는 걸 골백번 설명하고 욕을 수천번 들어야지 겨우 인정되는데, 

의료조직은 아무 말이 필요 없다는 것! 

 '학창 시절에 열심히 공부 안 한 나를 탓해야지 누구를 탓할까...'로 급하게 마무리 지어야겠다. ㅠㅠ


그래도 모자란 글짓기 실력으로 꽤 오랜 시간 글을 적었는데, 급하게 깨갱 꼬리를 내려야 되는 내가 너무 불쌍하므로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급 존대)


  "우리 조직도 부서마다 나름(?)의 전문성이 있습니다. 업무가 정말 다르다고요 ㅠㅠ 전화 돌린다고 제발 뭐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ㅠㅠ"  


너무 없어 보이는 나 ㅠㅠ 쭈글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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