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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악보가 3억원?

뉴스저널리즘 새연재 “정은주의 클래식 산책“

새해 뉴스저널리즘에 새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바흐 악보가 3억원?…소더비가 사랑한 클래식 [정은주의 클래식 산책]

경매 오른 바흐 초판본 악보의 모든 것

골트베르크 변주곡만 연주하면 대스타?

피아니스트·청중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 스틸컷.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 스틸컷.

저는 음악 칼럼니스트입니다. 서양 음악에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글로 소개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저는 서양 음악사의 음악 외적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일에 큰 흥미를 느낍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서양 음악사에 관련된 모든 일에 참 많은 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미 1741년 안쓰럽게 세상을 떠난 안토니오 비발디의 작품들이 불과 100년 전부터 이 세상에 다시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이야기부터, 조르주 상드가 오랜 연인 쇼팽을 위해 즐겨했던 레서피 다이어리까지, 서양 음악사 속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끝도 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물론 앞으로도 이런 반가운 발견들은 계속될 예정이라 확신합니다. 런던의 오래된 주택 창고에서 라이프치히의 고서적 전문 서점의 다락에서 또 파리 생루이 섬의 근사한 오텔의 어느 서재 깊숙한 곳에서 잊혔지만 보전되어 온 서양 음악가들의 흔적들이 지금도 누군가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거든요.


앞으로 '정은주의 클래식 산책' 코너에서 종종 소개할 '소더비가 사랑한 클래식' 시리즈는 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에 등장한 서양 음악사 속 사물에서 출발해 서양 예술과 역사, 그리고 클래식 음악에 대해 들어볼 수 있는 이야기보따리가 펼쳐집니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서양 음악가들의 흔적을 따라가다, 탐정이 되어보기도 하고 추리 작가가 되어보기도 하면서, 소더비라는 세계적인 경매 회사에 매물로 등장한 서양 음악사의 중요한 사물들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첫 번째 순서로 1741년 바흐가 만든 '골트베르트 변주곡'의 첫 상업 에디션이 지난 2023년 11월 소더비 경매에 등장한 사건을 다룹니다. 정말 아쉽게도 결정적이고 정확한 기록이나 증거는 거의 없습니다. 그저 남겨진 사물과 그 시대의 보편적인 기록을 토대로 추리해볼 따름입니다. 이것이 서양 음악사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찾는 즐거움이자 어려움입니다. 약 300년의 세월동안 바흐의 악보는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와 지냈는지를 따라가 봅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에 왜 열광하는지 독자 여러분은 자연스레 마음으로 느끼게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3억원에 낙찰된 Lot. 2 바흐 '골트베르크 변주곡' 1741년 초판본


지난 2013년 11월27일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 특별한 악보가 출품되었습니다. J.S 바흐(이하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 BWV 988'(이하 골트베르크)이 경매 작품 번호 145(LOT.145)으로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나왔습니다. 그리고 10년 후인 지난 2023년 12월 마찬가지로 영국 런던 소더비에 경매 번호 2번(LOT.2)으로 다시 한 번 바흐의 '골트베르크'가 등장했습니다. 예상 낙찰액은 10만~15만GBP(한화 약 1억7000~2억5000만원)이었지만, 수차례의 비딩을 통해 17만7800GBP(한화 약 3억원)이라는 액수를 낸 새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약 3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추앙하는 바흐의 명작이기에 가능했을 일입니다.


물론 바흐가 약 20부의 초판 에디션을 제작했지만 현재 그 어떤 초판본도 구할 수 없다는 점, 오늘날까지 이어진 '골트베르크 변주곡' 원본 악보의 주요 출처가 이 악보라는 점, 즉 이 악보가 다른 악보로 다른 악보로 이어져 몇 백 년 세월동안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기록했다는 점은 이번 경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입니다. 참 10년 만에 '골트베르트 변주곡'의 새주인이 된 익명의 자산가는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짧으면 10년 혹은 더 먼 미래에서 이 작품이 다시 한 번 소더비에 등장할 때, 그때는 새주인이 누구였는지에 대해 알 수 있겠죠?  


LOT2. 282년 된 초판본의 상태


초기 19세기 천으로 뒷면이 도금된 대리석 판에 손으로 된 표지, 상부에 있는 손글씨 라벨 'Clavir Uibung bestehend in einer Aria mit 30. Veränderungen vors Clavicymball von J. S. Bach. M. E.'이 쓰여 있습니다. 표지 제목 근처에는 이 귀한 악보의 전 소유자들의 서명 'M. Elias', 'Feigler Janka' 등이 적혀있습니다. 악보는 수백 년 세월을 견뎌온 흔적으로 가득합니다. 물에 젖은 흔적, 습기 자국, 갈색 변색, 일부 얼룩 및 제목에 약간의 작은 찢어짐, 낮은 여백에 하나의 찢어짐이 보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조금씩 악보는 누군가에 의해 수리되었던 흔적도요. 악보 몇 군데의 모서리에 주름이 있는 상태입니다. '골트베르크 변주곡' 초판본은 총 32페이지이며, 29.5 x 20.3cm의 크기입니다. 악보에는 뱀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바흐 생전에 출판된 고유 표식으로 추정합니다.    


LOT3. '골트베르크 변주곡'만 연주하면 대스타?


근 백 년 동안 세계적인 굴지의 피아니스트들은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으로 대스타가 되거나, 유명해진 일이 많습니다. 글렌 굴드부터 언드라스 시프, 우리나라의 임동혁, 북유럽의 젊은 피아니스트인 비킹구르 올라프손까지 '골트베르크 변주곡' 연주를 통해 피아니스트로 굉장한 사랑을 받기 시작한 연주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특별한 예술성이 청중에게 사랑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작품을 선택한 그들의 마음에서 이 작품의 의미를 헤아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작품을 연주하면 유명해진다는 황당한 소리는 결코 아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기가 막히게 연주한 피아니스트들은 청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점만큼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LOT4. 18세기 유럽 대륙에서 진짜 반응은 어땠을까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로크 변주곡의 정점을 나타내는 작품이자, 바흐의 가장 중요한 건반악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주제인 아리아를 시작으로 30개의 각 변주들이 아름답게 흐릅니다. 말로 분명하게 이것이 진실이다, 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이 작품은 클래식 음악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청중에게 감동을 선사한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필자 또한 이 작품을 들으며 큰 감동과 위안을 받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많은 전문 연주자들이 이 작품을 연주할 때, 피아니스트로 거대한 도전 등으로 여긴다는 말을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때 유럽 대륙에서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은 바흐가 그 시절 명망 있는 음악가였다는 점이며, 그의 초판본이 고급스럽고 귀한 인쇄물로 제작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LOT5. 그동안 이 악보는 어디에서 살았을까  


예술 작품의 소유 역사가 정확히 기록되어온 작품도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골트베르크 변주곡'도 후자입니다. 아쉽게도 수백 년 세월 이 악보를 지킨 분들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없습니다. 하나 반가운 일은 이 악보에는 소유주의 이름을 기록했던 공간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M.엘리아스와 프란츠 리스트의 제자 중 한 명인 얀카 파이글러(1858~1931)가 이 악보의 소유주 중 한 명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집에서 혹은 어느 박물관에서 혹은 그 어떤 공간에서 이 악보가 끝내 살아남았다는 점도 참으로 경이롭기 그지없습니다.


| 정은주 (음악 칼럼니스트)  '알고 보면 흥미로운 클래식 잡학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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