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시작] 정신과 치료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또다시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몰려왔다.
상담료가 부담이 되어 무료 상담을 원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고 두 번째 상담은 지역에 있는 유료 상담 기관이 되었다. 회기당 5만 원. 또 5회기하고 종결하고 말았다. 이번엔 상담사 자질이 심히 의심스러웠다. 역시나 석사 출신이었는데 석사 논문을 ‘인지치료’를 했는지 내게 온갖 인지치료를 해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난 인지치료 혐오증이 생겨버렸다. 매회기 때마다 인지 수정 과제물을 줬는데 성실히 준비해 간 나와는 달리 과제물을 제출할 때마다 읽지도 않고 다루지도 않고 종이를 제쳐두는 무성의함에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또 그놈의 인지치료 요법 상담을 하다가 이번엔 자기 화에 못 이겨서 나에게 “네오 씨!!” 하고 버럭 화를 내버리는 인격의 한계까지 보여주었다. 내담자를 야단치는 심리상담사라니...그것도 라포 형성도 안 된 상태에서. 당시로선 정말 어이가 없었다. 다음 내방일 전날 전화해서 항의를 하고 중단해버렸다.
사바사(사람 by 사람) 도 모르나? 숨넘어가는 사람한테 우선 적용해야 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자신이 미리 짜놓은 구성대로 기어코 하고야 마는 융통성 없는 모습에 '이것이 너네가 말하는 상담이냐'라는 환멸만 잔뜩 얻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 상담사의 자질을 의심한다. 누구를 수퍼바이저로, 어떤 이론을 배워, 나를 마루타 삼아 어떤 시도를 해보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상담사로서 기본적인 센서티브(sensitive) 함이 부족한 사람 같아 보였다. 치료자에게 받은 상처란 일반 사람들에게 받는 상처와는 차원이 달랐다.
나> (학생 상담 사례 수퍼비전 중) 이런 경우는 어떻게 상담을 이끌어가야 돼요?
정신과주치의> 미리 프로토콜(protocol)을 짜지 말라니깐!
(정신과주치의는 나의 수퍼바이저이기도 했으며 학생 상담 사례 수퍼비전 받을 당시 내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