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시작] 정신과 치료는 그렇게 시작됐다
※ 본문에 나오는 ‘주치의’는 과거 치료받았던 정신과 의사이며 주치의와의 대화 내용은 주치의의 허락하에 진료과정을 녹음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또 1~2년의 시간이 흘렀다.
또다시 찾아온 죽을 고비.
세 번째 상담사는 전공 자격증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된 A 상담 교수를 통해 소개받게 된 분이었다. 그분은 박사 출신의 경력 20년 차 대학 상담 교수였다. 상담료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첫 회기 상담을 마쳤고 첫 회기 상담 후 상담구조화*때 상담료를 듣는 순간 너무 고액이라 망설이다 포기한 경우였다.
※ 상담구조화: 상담을 진행해 나가는 데 필요한 구조적 형태를 상담자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작업. 상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 상담자와 내담자의 역할, 내담자의 권리, 상담실제, 상담윤리 등에 관한 정보를 상담자가 주도적으로 내담자에게 알려 주는 활동이 상담구조화다.
상담료는 회당 10만 원이었고, 교수는 내게 20회기는 일단 해 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내 인생은 늘 내일 죽을 심리보다 오늘 죽을 생계유지가 먼저였다. 형편이 되면 그때 다시 받자 다짐하며 씁쓸히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 상담 경험에 대한 주치의와 대화 내용(녹음 파일) -
나> (나를 상담한) B 교수가 저에 대해서 (소개해 준 A 교수에게) 이렇게 얘기를 했데요. '정말 흥미로운 내담자다. 자기 통찰과 인지능력이 뛰어나다..'
주치의> 좋은 의미로?
나> 네. 정말 흥미로운 내담자다. 상담을 해주고 싶은데 돈 때문에 불발됐거든요. 그때.
주치의> 악! (열받음) 하... 죽겠다... 아니...
나> (웃음) 돈이 너무 비싸서..
주치의> 아니... (말. 잇. 못.)
나> 저 내담자는 ○○이론 공부하면 잘할 것 같다고 (A 교수한테) 얘기하더라고요.
주치의> 중요한 거는 말 다 해 놓고... 무슨 사람을 상품으로 보나?
나> 자기는 한 시간에 10만 원을 받는다 이러면서..
주치의> 웃기고 앉았다. 10만 원이고 뭐고 간에 처음부터 그런 얘기를 왜 하는데요?
나> 저랑 상담하는 동안 되게 신기했었나 봐요. 이런 내담자 처음 본다면서.
주치의> 오히려 제가 볼 때는 그 사람이 네오 님한테 돈을 줘야 돼요.
나> 되게 흥미로웠데요. 제가.
주치의> 그 표현도 안 이상해요? 이 표현 자체가 되게 건방져요.
나> 샘 저 그래서 상처받았잖아요.
주치의> 흥미롭다는 게 말이 되나? 남은 힘들어 죽겠는데 뭐가 흥미로워요? 논문에도 so interesting(흥미로운) 그런 내용 안 써요. 장난치나... (내담자가) 외계인인가. (헛웃음)
나> 치료비 때문에 불발됐다는 얘기를 소개해 주신 A 상담 교수님한테 말했더니 (저를) 뭐라 하시더라고요. 결국 야단맞고 안 좋게 끝났죠.
주치의> 아니 뭘 야단을 쳐요?
나> '상담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는 하셨냐면서' 자기감정을 확 드러내더라고요.
주치의> 아.. 그게 미스(miss)다. 끝까지 치료적인 견지를 유지했어야 하는데.. 그러면 안 되죠. 그러면 되게 (내담자는) 상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