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시작] 정신과 치료는 그렇게 시작됐다
내 인생 마지막 심리상담사는 박사 과정에 있는 미술 전공의 미술치료사였다. 1년 넘게 치료받았으며 이때는 정신과 약물치료와 병행을 했었다. 상담료는 회기 당 처음에는 6만 원이었는데 나중에는 점점 올라 10만 원을 내게 되었다.
앞선 상담사와 다르게 오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는 고액의 상담료를 낼 수 있는 형편이 되었다는 것과 미술치료사가 나와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상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상담사가 마음에 드니 일단 상담받으러 가기 전 쓸데없는 저항이 사라져 마음이 많이 가벼웠다.
당시 '미술심리상담사 2급 자격증 과정'을 수강 중이었는데 아마도 그 영향으로 미술치료를 받아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미술치료다 보니 갈 때마다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등 이것저것 많이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내가 그린 그림과 색깔을 통해 내 마음 상태를 진단하고 심리 분석을 해주는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미술치료로 내가 호소한 문제에 대해서 치료 효과를 본 것은 아니었다.
나는 자기표현을 늘 갈망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면에서 미술치료는 충실히 내 욕구를 만족시켜 주고 있을 뿐이었다.
미술치료사> 네오 님한테는 제가 해줄 게 없네요.
그렇다.
미술치료가 내게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미술치료에 '치료'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