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의 원흉은 마음이다
이전의 연애경험에서 깨달은 지혜들이 없었다면, 난 지금처럼 내 사람과 잘 지낼 수 없었을 것이다. 확실히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와이프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훨씬 많아졌다. 우린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커다란 마찰 한 번 없이 상당히 잘 지내고 있다. 우리 부부는 서로 연애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것을 하면 좋고,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우린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부분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에 있어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더 나아가 우린 부부로서 잘 지내기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결혼은 내가 꿈꿔오던 생활이었다. 하지만 난 예전부터 결혼하면 각방을 쓸 거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부부라도 서로의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결혼했을 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각자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서로의 관계를 위해서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봐왔던 어른 부부들의 생활을 보며 각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목격했던 어른들은 서로를 너무 옭아맸고, 개인적인 생활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각방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이 아무리 근거가 뚜렷하더라도 아내와 뜻이 맞지 않으면 언제나 철회하고 수정할 마음의 여유를 두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는 성격은 나와 거의 정반대이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은 매우 비슷했다. 그래서 결혼식에 대한 절차도, 각방을 쓰자는 제안도 시원한 합의가 가능했다. 그래서 우린 잠자기 전까지는 서로 대화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잠들기 직전에는 서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편하게 잠을 청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잠자리 루틴이라는 것이 있다. 잠버릇, 자는 시간, 일어나는 시간, 아침에 일어나고 나서 하는 생활 습관도 제각각이다.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살아온 세월이 수십 년이 넘는데 부부라는 이유로 그런 걸 꼭 맞추고 개선해야 하는 건 너무 각박하다고 생각했다. 난 가능하면 그런 것들을 존중하고 싶었기 때문에 각방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부라도 꼭 서로 붙어 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잠이 들면 각자의 수면에 푹 빠져서 어차피 따로 자는 것과도 같다. 솔직히 누군가가 옆에서 잔다는 건 기본적으로 불편하게 자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린 서로 솔직했고, 필요에 맞게 맞춰나갈 수 있었다.
특히 우리 부부는 둘 다 새벽기상을 실천하기 때문에 각방을 쓰는 것이 더 수월했다. 그리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더라도 수면시간과 기상시간은 서로 조금씩 달라서 같은 공간에서 자면 그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옆에 아내가 잠들어 있으면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힘들었다. 새벽에 일어나는 건 굳은 의지가 필요하지만, 옆에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를 보고 있으면 침대로 파고들고 싶어 져서 굳은 의지가 사르르 녹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방을 더욱더 선호하게 됐다. 이렇게 서로의 개인적인 생활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 덕분에 우리는 결혼하고 나서 사이가 더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끔 사람들에게 우연히 나의 각방 이야기를 들려주면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 '어떻게 신혼부부가 각방을 쓰냐', '부부는 당연히 같은 침대에서 자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경멸의 시선을 보낸다. 난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정관념으로 똘똘 뭉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 술 더 떠 그들은 내게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치며 '부부는 함께 지내야만 한다'는 근거가 불충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재밌는 사실은 그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이혼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난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각방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사실 각방이냐 합방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부부가 서로 잘 지내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각방을 썼다가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충분히 다른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각방 생활은 우리 부부 사이가 더욱더 원활하게 돌아가는 윤활제가 되어주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항상 떨어져 자는 것도 아니었다. 주말이나, 같이 자고 싶을 때면 언제나 함께 잔다. 그렇게 우린 부부라는 이유로 무조건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런 것도 하나의 선택사항이라는 걸 인지하며 살아간다. 이렇게 서로의 입장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이 부부생활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사실 우리 집은 어릴 때부터 집안일에 대한 분담이 정해져 있지 않은 가정이었다. 아버지도 퇴근하고 돌아오시면 밀린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하고 옷을 개곤 했다. 내 동생도 방청소와 빨래는 거들었던 기억이 난다. 난 그런 가족들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집안일의 분담은 한쪽으로 편중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어릴 때부터 여자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끔 여기는 남자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대접받는 것이 어찌 저렇게도 당당할 수가 있나'라는 생각을 하며 남자들의 저런 심리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항상 궁금했다. 특히 명절 때면 가관이었다. 많은 엄마들이 명절을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난 예전부터 훗날에 결혼하게 되면 핑계 대지 않고 집안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난 처음에는 집안일 분배에 대한 규칙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막무가내로 집안일을 하다 보면 일어날 법한 불균형에 의해 갈등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별다른 규칙 없이도 현재까지 너무 잘 지내고 있다. 일단 우리 부부는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해 주었다. 신기하게도 같은 집안일이라도 서로 좋아하는 것과 꺼려하는 것이 달랐다. 그래서 각자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게 되는 일들이 정해져 있었고, 그것 때문에 부딪힐 일은 전혀 없었다.
사실 이런 부분에서도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했다. 매일 살아가다 보면 서로의 컨디션도 매번 달라지고 야근을 하는 등의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예기치 못한 상황들은 예고 없이 항상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에 누군가는 집안일을 좀 더 많이 하게 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쓸데없는 생각을 첨가하지 않는 게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을 더 많이 하네', '내가 이만큼 했으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나', '저건 자기가 시간 있을 때 했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와 같은 생각들을 하기 시작하면 그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이유를 마음에 달고 하는 것과 그냥 눈에 보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기계처럼 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나는 빨래를 개거나 설거지를 할 때면 '유튜브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라고 생각한다. 손으로는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유튜브 영상에 쏠려 있기 때문에 '집안일을 한다'는 생각은 이미 내 마음에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것이다. 일도 일이라고 생각하면 일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일이 아니게 된다. 우린 그런 부분이 잘 맞기 때문에 서로에게 항상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내가 할 일을 상대가 대신해 준 것처럼 말이다.
사실 결혼생활에서 경제적인 부분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특히 신혼일수록 돈에 관한 부분은 서로의 뜻을 맞추고 신중하게 생각하며 하나하나 현명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라도 '결혼'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쓸데없는 가격과 허영심이 붙기 마련이다. 세상은 신혼이라는 거품을 잔뜩 불어넣은 상품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고, 새롭게 결혼하는 부부들은 그런 것들을 당연한 듯이 '처음이니까', '신혼이니까'라는 핑계를 내세우며 깊게 고려하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정말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좋은 상품들이 많이 출시된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좋은 물건들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원래 없던 불편함'도 동시에 제공한다. 무슨 말이냐면 원래 건조기도 없이 부지런하게 빨래를 잘해오던 사람도 건조기를 쓰기 시작하면 더 이상 건조기 없이는 빨래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남들 다 쓴다는 이유로, 세상이 아무리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낸다고 해서 그 모든 것들을 죄다 사들이게 되면 후에 남는 건 더 좋은 것을 갈망하는 욕망뿐이다.
그리고 결혼하게 되면 서로의 판도라의 상자를 오픈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돈을 모여있고,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어떻게 분산할 것이며, 앞으로의 지출은 어떻게 관리할 건지 미리부터 상의하고 의논해서 맞춰 가야 한다. 이 부분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가장 효율적이고 최적의 방법을 단기간에 찾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조금씩 맞춰 가야 한다. 부부가 서로의 경제관념을 처음부터 올바르게 잡지 않으면 점점 가난해져만 가는 최악의 결혼생활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되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들 결혼하면 고생길이 열린다고들 한다. 난 오히려 그런 고생길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지혜를 쌓아가며 결국엔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아낼 줄 아는 더 큰 사람이 되는 것이 진정한 결혼의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결혼하기 이전부터 마음가짐을 똑바로 먹어야 한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허영심, 망상, 착각, 오만함 등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이 만들어내는 것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정도는 공부하고 알아놓는 것이 원만한 결혼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본다.
집 있고, 차 있고, 돈만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결혼생활이 보장되는 것이라면 대한민국의 이혼율은 그렇게 높을 리가 없다. 결혼은 서로 완전히 다른 두 세계관이 접점을 조금씩 맞춰나가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밟는 것이다. 결혼 생활이 힘든 건 단지 그것 때문이다. 솔직히 회사 다니고, 밥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혼자 편하게 잘 살고 있던 내 생활이 더 이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부분 때문에 결혼이 힘들다고 하는 것이다. 그놈의 마음이 모든 문제를 만들어내는 원흉이다.
근데 사람들은 대립이 일어나면 대부분 남 탓을 한다. 상황에 대한 탓을 외부로 돌리면 이건 정말 밑도 끝도 없는 나락으로 가는 길이다. 아무런 이득도 없이 그저 손해만 보는 그런 심리 기제인 것이다. 반대로 탓을 모두 내게만 돌리는 것도 결코 좋지 않다. 모든 문제가 내게 있다고 생각하면 문제의 본질을 올바르게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소리는 물 자체가 내는 소리가 아니다. 흘러가는 물이 바위나 돌과 부딪혀서 나는 소리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물소리이다. 그런 만큼 결혼생활을 하며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은 모두 나와 부딪히는 상황 또는 사람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지, 온전히 나의 탓만 혹은 남의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대체 문제의 근원적인 부분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건 바로 내 마음이다. 아까 전엔 내 탓을 하지 말래 놓고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마음' 자체를 뜻한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내 마음, 내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은 생각이 만들어내는 허상과도 같은 것이다. 그 마음을 만들어내는 생각들은 모두 '내 것'이 아니다. 사실 생각의 거의 대부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뇌가 자동적으로 해내는 것이다. 그 뇌는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모든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기 멋대로 생각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원하는 경험만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은 내가 원해서라기보단 살다 보니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의 생각이란 그런 무분별한 경험들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머릿속으로 하는 생각들이 실제로 '나의 생각'인 경우는 별로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이 곧 내 생각'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본인의 생각을 경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근거도 없고 출처도 불분명한 생각들이 바로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그런 생각들에 홀라당 넘어가 매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엉뚱한 곳을 짚게 된다면 아마 현명하게 살아가는 건 힘들 것이다.
결혼생활은 물리적인 조건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내면적으로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인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마음공부를 하거나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며 깨달음을 얻는 것이 좋다.
주변에 배울만 한 사람이 없고, 경험을 쌓을 만한 환경도 되지 않는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간접경험 중에서 가장 폭넓고 손쉽게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요즘은 도서관만 가도 무료로 책을 빌려서 읽을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약간의 금액만 지불한다면 수많은 전자책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도 손쉽고 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독서는 마음만 먹으면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결혼하고 싶은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고 있다면 그리고 결혼하면 고생만 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 뜻깊고 풍요로운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넓은 지식보다는 깊은 지혜가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