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어갈 용기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방법

by 달보


꼬여도 제대로 꼬여버린 결혼식 문화

내게 결혼은 꿈이자 삶의 목표였다. 내가 이때껏 해왔던 수많은 노력과 경험들은 내가 꾸려나갈 가정을 위한 것이었다. 난 혼자 살 거였으면 여태껏 살아왔던 만큼 애써 힘든 길을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내게 있어서 결혼은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결혼식만큼은 내가 기피하고 싶은 행사였다. 난 결혼식이라는 문화에 문제점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문화들 중에서 행사의 취지와 가장 어긋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결혼식이다. 결혼식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던 나는 친누나와도 다름없는 사촌누나의 결혼식을 경험한 이후로 결혼식에 대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내 생각에 결혼식에 얽혀있는 모든 것들은 전부 앞뒤가 맞지 않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축의금, 식순, 참석하는 사람들, 의미 그 모든 것들이 뒤틀려 있었다. 그래서 나만큼은 절대로 이런 식으로 결혼식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결혼식은 쓸데없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예식장 기준으로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을 위해서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사람들은 '인생의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아주 훌륭한 핑계를 대곤 하지만만 하루하루의 평범한 일상을 선물과도 같이 여기는 내게 있어서 결혼식이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마주하게 될 수많은 순간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결혼식은 다가올 미래에 놓여있는 결혼생활에 비하면 아주 눈곱만큼도 안 되는 찰나와도 같은 행사였다. 난 정작 내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 단지 멋지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많은 돈과 에너지를 투자하긴 싫었다.


가끔 사람들에게 이런 나의 결혼관을 내비치면 조언이랍시고 한다는 말이 '축의금을 받으면 남는 장사'라고 하는 것이다. 이래서 내가 결혼식을 싫어한다. 결혼식은 원래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결혼식 통해 그동안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는 게 하나의 커다란 목적이며, 그 외에도 결혼식을 준비하며 잔치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본인들의 욕망을 채우려 한다. 우리나라 결혼식이 왜 이렇게 됐을까.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난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의 시커먼 속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똑같은 절차로 진행되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결혼식을 보고 있으면 내가 호주에 살던 시절 공원에서 열렸던 그 아름답고도 순수한 결혼식이 매번 떠올랐다.


결혼식을 멀찌감치 바라볼 때마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얼마나 오류가 많은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결혼을 축하한답시고 주고받는 축의금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목적이 그리 순수하진 않은 게 현실이다. 축의금의 본 취지는 원래 이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시간 되면 밥이라도 먹고 가라며 앞에선 한없이 착한 미소를 짓지만 막상 축의금 명단에 밥 먹고 간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으면 뒤에서 욕을 한다. 그렇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축의금의 여부 하나로 매듭짓는 게 현실이다. 사람의 속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겉치레로 하는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진가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드러나는 법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알게 된 어르신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뿌린 만큼 회수하지 못한 경조사비에 대한 미련이었다. 난 그런 이야기들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는 어르신들의 그런 이야기를 후회 섞인 푸념이라며 가볍게 넘겨 들을진 모르겠지만, 난 나보다 더 많은 인생을 살아온 그들의 이야기에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 갈지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다고 믿었다.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겪어본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생각하는 결혼식에 얽힌 오류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재밌는 점은 나의 결혼관에 동의하는 세대와 동의하지 않는 세대가 극명히 나뉘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 동의하는 이들은 50대가 훌쩍 넘어선 황혼의 세월을 바라보는 분들이셨고, 내 생각이 비현실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나와 나이 차이가 10살 이하인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었다. 난 이런 현상에서도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진실은 드러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만큼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들은 점점 그 가치가 퇴색되어 방향성을 잃어간다. 그래서 난 시대가 발전할수록 깊은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상을 꿰뚫고 본질을 바라보는 눈이 있는 사람들에겐 현재 우리 삶 속에 스며든 것의 대부분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떡해서든 많은 비용을 투자해 남들보다 더욱 화려한 결혼식을 꾸미고 싶지만, 막상 그런 결혼식들을 실제로 보면 공장에서 찍어내듯 모든 절차가 똑같다. 평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이랍시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지만 결국엔 남들이 하는 것들을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아무리 특별하게 식을 준비해 봤자 결국 그저 그렇고 흔하디 흔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결혼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새부턴가 사람들이 결혼식장의 자리를 지키는 의무를 결혼 당사자들의 가족들에게 떠맡기기 시작했다. 단지 자신들은 축의금 봉투를 제출하는 것으로써 그 임무가 끝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식을 구성하는 절차는 불 보듯 뻔하고 지루하며 시간도 아깝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배를 채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은 스킵한 채, 축의금을 내고 식권을 받아 밥만 먹고 가는 게 이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준비하는 결혼식이지만, 정작 사람들은 축의금의 금액 설정과 식장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퀄리티 외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 이건 거의 가족들끼리 모여 결혼식을 치르는 것과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결혼을 품은 사람들의 진짜 과제

사람들이 꿈같은 결혼식에 대해서는 평생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듯 신경을 쓰지만, 정작 미래에 현실로써 다가올 결혼생활에 대해선 많은 고려를 하지 않는다. 스드메나 신혼여행 같은 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신중하게 선택하는 데 비해 경제적인 부분은 어떻게 맞춰나갈지, 집안일은 어떻게 분담할지, 서로의 집안은 어떤 식으로 케어할지 그리고 만약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가에 대한 것들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현실과 직결된 결혼생활에 얽힌 진짜 문제들은 서로 회피라도 하는 듯 깊게 의견을 나누지도 않는다. 그저 오늘 저녁은 뭘 먹고, 주말엔 어디로 놀러 갈지에 대한 생각만으로 에너지를 소진할 뿐이다.


난 언제나 어떻게 하면 건강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 왔다. 내가 해왔던 수많은 연애는 건강한 결혼생활을 잘 이어나갈 수 있을 만한 자질을 갖추게 해주는 공부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적절한 결혼시기를 결정짓는 여부가 경제적인 조건이 아니라 심리적인 조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생에 대한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고, 상대방을 제대로 존중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집과 차를 내세워 결혼해 봤자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기는 힘들다. 내면의 중심이 바로 서지 못한 사람은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마주했을 때 현명한 대처를 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마음가짐이 관건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정말 잘 맞는 사람만 만난다면 당장이라도 결혼할 마음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그런 생각이 결혼을 방해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의 아내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남은 내 삶의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만큼 그녀가 훌륭한 사람이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나의 마음가짐이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내가 가진 건 별로 없을지언정,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정말 강했다. 난 언제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단 하루도 그냥 지내는 법이 없었고, 그런 나의 노력들이 언젠가는 꼭 빛을 볼 거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나를 거쳐간 사람들은 모두 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그녀와 결혼하기 이전에 했던 마지막 연애에서 얻은 깨달음이 정말 큰 작용을 했다.


그 깨달음은 바로 '모든 문제는 내가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물론 모든 문제와 해답이 자기 자신 안에 있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어봤다. 하지만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며 몸소 느끼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내가 그녀와 만나기 이전의 마지막 연애는 내가 나를 돌아보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계기가 됐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관계조차 한 순간 삐걱거리더니,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경험을 하고 나니 난 내 삶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나온 내 인생을 돌아보며 오랜 시간 사색을 하다 보니 '모든 문제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을 뼛속부터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그런 깨달음을 얻고 나니 나도 모르게 이젠 결혼할 준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맴돌았다. 그렇게 난 결혼에 대한 다짐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는 마음가짐 하나 바뀐 게 전부였지만, 난 이미 그것만으로도 결혼할 준비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우라

난 내가 살아오며 깨닫게 된 지혜들 덕분에 이렇게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 결혼할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한 자기확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자기확신에 대한 아우라는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준다고 믿는다. 나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어떤 시련을 겪을지는 모르지만, 모든 문제는 내가 만들어내듯이 모든 해답도 내게서 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드러내는 것도 상대방이 알아주는 것도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그녀와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나의 아우라를 그녀가 제대로 알아봐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사천리로 결혼을 약속할 수 있었다.


사실 결혼식에 대한 나의 생각도 결국은 '나만의 생각'일뿐이었다. 내 생각이 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한들 상대방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그녀에게 '내가 생각하는 결혼식은 이렇다'라는 것 정도만 어필하며 조율을 시도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녀도 나와 결혼식을 대하는 생각이 거의 비슷했다. 그녀도 결혼식과 관련된 불필요한 절차와 지출은 생략하고 최대한 협소하게 결혼식을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결혼식을 축하하는 것과는 하등 관계없는, 장사꾼들이 만들어 놓은 상품에 불과한 남는 것도 없고 의미조차 없는 것들은 모두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우린 더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결혼생활의 핵심은 서로 잘 지내는 것이다. 서로 잘 지내기 위해서는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 그 첫 단추를 맞춰보는 건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와 함께 할 사람과의 미래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다. 아무리 연인관계, 부부관계라고 해도 '우린 잘 맞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런 기대가 갈등을 불러오는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의견을 솔직하게 얘기할 줄 알고, 나와 다른 상대방의 뜻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되어있으면 순조로운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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