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해 보이는 말들의 가치
자기계발서를 통해 많은 내면의 변화를 경험한 나는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 보다는 흔하디 흔한 격언이나 뻔해 보이는 말들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화장실에 붙어 있는 명언 같은 문장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끔 눈에 들어와도 '좋은 말' 이상의 가치는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을 알아보는 통찰력이 점점 길러지면서 그 뻔하디 뻔한 문장들이 세간의 진실을 관통하는 대단한 뜻을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이젠 그런 문장들을 예전처럼 가볍게 스쳐 지나질 못한다. 매번 달라지는 나의 상태는 누가 봐도 뻔해 보이는 명문장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아무래도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뻔한 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내가 쓰는 글도 한편으로 보면 내가 봐도 뻔한 말만 막연하게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웬만하면 글쓰기를 할 땐 '이건 좋고, 저건 나쁘다', '이래야 하고 저러면 안 된다'와 같은 생각 자체를 주입하지 않으려 하지만 나도 한 명의 인간이다 보니 뻔한 말보다는 독자의 심금을 울릴 만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난다. 하지만 내가 머금고 있는 한계 이상은 써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많은 글을 쓰는 것에만 집중하고자 노력한다. 더 많이 씀으로써 한계치의 최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조금 더 쓸 수 있었을 법한 상황도 이내 멈춰 버리고 만다는 것을 사전의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배웠다.
사실 단순히 생각을 저지하는 것만으로는 생각을 제압하긴 어렵다. 내가 쓰는 글들이 뻔해 보이는 소리라고 생각함에도 당당하게 계속 써 나갈 수 있는 건, 흔하디 흔한 문장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운 좋게 상황이 들어맞아서 커다란 자극을 받을 수도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독자가 아무리 글을 통해 뭔가를 얻어내고 싶어도 인간인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매번 달라지는 상황이다. 독자 입장에서 글은 글 자체에 담긴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 글을 읽는 순간의 처한 상황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 위로가 필요 없는 사람에게 응원 가득한 글은 흥미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글을 읽다가 뻔한 말들이라고 너무 뻔하게만 보인다면 본인의 생각을 한 번쯤 점검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먼 옛날에 기록된 말들이 오늘까지도 전해져 오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흔한 말에 영감을 받는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험상 진실된 진실일수록 단순하다는 특징을 두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말에 본인에게 필요한 힌트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읽는 자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들어주는 게 진짜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떠먹여 주듯 디테일하게 풀어놓은 말은 겉으로 보면 별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을 만큼 완벽해 보일 순 있다. 그러나 어떤 뜻을 읽기 쉽게 풀어쓰겠다는 명목으로 잘게 쪼개는 과정을 밟다 보면 한 인간의 사견이 많이 담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뜻을 자세히 전달하려는 글쓴이의 의도와는 달리 본래의 뜻이 왜곡될 수도 있다. 신선하고 완벽한 문장도 좋지만, 너무 완벽에 가까운 문장은 독자의 사고를 멈추게 만들기도 한다. 감탄하기만 하는 건 변화와 성장에 있어서는 별 효과가 없다. 반면에 읽는 사람을 깊은 고뇌에 빠지게끔 만드는 문장은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사유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어렵고 어색하며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만큼 한 인간의 내면을 확장 시켜주기 때문이다.
살다 보니 뻔한 말속에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해답이 들어 있었고, 불편함 속에 내면의 깊은 나 자신이 내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뻔한 말은 '뻔해 보인다'는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들어차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로 생각할 수도 있다. 세상에 원래부터 뻔한 건 존재하지 않았다. 매일 새로운 상태로 태어나는 우리가 접하는 모든 것들은 언제나 새로운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