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시련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부끄러운 사실을 고백하자면, 내가 매일 쓰고 발행하는 글들은 담고 있는 내용이 다 거기서 거기다. 이를테면 내가 발행했던 글쓰기와 관련된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제목이 다 다른만큼 속내용도 그에 맞게 조금씩 달라 보이긴 하지만, 글쓰기라는 주제로 관통하여 엮은 글들의 요지는 하나같이 전부 '많이 써라', '지금 당장 써라', '많이 쓰는 것만이 답이다'가 전부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내 글을 조금만 읽어봐도 대번에 알아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래나 저래나 같은 내용 같아 보이는 듯한 글을 쉬지도 않고 기계처럼 써내는 이유는 내가 아무리 같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엄연히 다른 글일 수도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발행한 글로는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던 마음이 오늘 쓴 글을 통해서는 제대로 전해질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아무래도 베스트셀러 진열칸이다. 그곳에 나열된 책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과연 그 책에서만 읽어볼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내가 비슷한 글을 많이 쓸 수 있는 용기를 얻는 부분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같은 메시지를 다루는 글이라도, 조금씩 달리 표현된 것들에 의해 받아들이는 입장에 선 독자들에게도 먹히는 글이 있고 아닌 글이 있다는 것이다. 어제 쓴 글에 대해서 A는 좋게 평가하고, B는 나쁘게 평가했는데 비슷한 내용으로 오늘 쓴 글에 대해서는 A는 나쁘게 평가하고, A는 좋게 평가할 수가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부분을 통제할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글을 가능한 만큼 많이 써 보면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게 최고의 효율이라고 믿고 있다.
난 누구나 매일 다른 글을 쓸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매일 다른 글을 써내는 게 그렇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처음 어느 정도는 색다른 글을 쓰는 게 가능하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 글쓴이가 바뀌지 않으면 무슨 글을 쓰든지 간에 글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글 몇 편 쓴다고 해서 한 사람의 사상이나 견해가 갑자기 깊어지거나 확 변하지도 않는다.
최근 들어 내가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무슨 글을 쓰더라도 이전에 쓴 것만 같고, 퇴고를 할 때 다시금 읽어보면 정말 전에 썼던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아서 약간의 실망감 혹은 좌절감 비슷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고민에 빠진다거나 주체하진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결국 내가 더 발전하지 않으면 더 깊은 글을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건 일종의 단계를 넘어서기 위한 난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만큼의 신선함을 느끼긴 힘들어졌지만, 지금 같은 단계에서 쓸 수 있는 글은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글쓰기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울림 가득한 메시지를 매번 다양하게 전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인간의 경험과 인식은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를 조금씩 각도를 틀면서 다양하게 표현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충분한 연습이 받쳐줘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글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경험과 독서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전작, 신작이 내용이 다르지만 비슷한 결이 느껴지는 건 똑같은 사람의 깊은 정수에서 나온 각기 다른 표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근본은 어디 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표현을 달리 하는 것밖엔 어제오늘 다른 글을 써내는 데 있어서는 방법이 없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토막글이라도 써 보면 매일 달라진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다. '똑같다',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생각이 하는 생각일 뿐 결코 진실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인간이 살아 숨 쉰다는 건 생명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세포분열로 인해 생명이 이어지고 있는 것뿐이다. 날마다 수많은 세포가 죽고 수많은 세포가 탄생한다. 세포는 곧 나 자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매일 똑같다고 여기는 건 그런 현상을 무시하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난 내 생각보다 나 자신을 믿고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꾸준히 글을 쓰고자 다짐한다.
써 보면 안다. 매일 달라져 있는 자기 자신을.
써 보면 안다. 매일 똑같은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써 보면 안다. 매일 다른 글도 쓸 수 없다는 것을.
써 보면 안다. 그런 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써 보면 안다. 그냥 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