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것 행동하자
나는 사람 많은 곳을 다닐 때면 여러 사람들을 관찰한다. 요즘엔 지하철을 많이 타는데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꽤 흥미롭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 좀비가 되어 고개를 푹 떨군 채 지하철을 타고 있지만 말이다. 가끔은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특이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꽤 흥미로우면서 가끔은 불쾌하기도 하다.
후각에 예민한 나는 오래된 흡연으로 인한 담배에 쩌든 향을 풍기는 분이 옆자리에 앉으면 죽을 맛이다. 너무 다리가 아파서 그 냄새를 버티며 갈 때도 있지만 그게 아니면 자리를 옮기는 것을 선택한다. 잠시만 옆에 앉아 있어도 나의 폐 속으로 옆사람의 담배냄새가 스며드는 것 같아 괴롭다.
오늘은 지하철에서 당당히 화장을 하는 여성을 보았다. 당당하니 MZ세대인 듯 해 보이는 나이였다. 자리에 앉아서 급하게 화장을 수정하거나 출근시간을 이용해 수정하는 것은 많이 봐왔다. 이번엔 서서 아이라인을 그리는 여성분을 보았다. 내가 화장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 그런 수정은 필요 없겠지만, 과연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화장을 수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모르는 사람이어도 참견해 주고 싶어 하고, 이야기해주고 싶어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있는 지하철에서 당당하게 화장을 수정하기란 쉽지 않다. 화장을 수정하는 것이 옳다 나쁘다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할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가끔 지하철에서 책을 펼쳐 읽을 때도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집중을 하곤 한다. 얼마 전 다이어리와 노트를 정리해야 해서 급하게 꺼냈을 때도 약간의 시선이 느껴졌다. 언제쯤 나는 그러한 시선들에 대해서 자유로워 질까?
얼마 전 부산여행을 갔을 때였다. 왼쪽으로는 부산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며 오른쪽으로는 아기자기한 집들과 가계들이 있는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중이었다. 넓은 시야로 보다가 아기기한 집들이 가지고 있는 소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 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부분을 보다 보니 낮은 담벼락에 파란 천막으로 가려져 있던 사이에 있던 귀여운 고양이를 발견했다. 고양이는 기분이 좋은 듯 열심히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귀여운 고양이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고양이와 나는 눈이 마주쳤지만 고양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눈을 감고 그루밍에 심취해 있었다.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었지만 더 다가가는 건 멈췄다. 고양이에게 더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건 방해를 하는 것 같아 귀여운 모습만 담고 가던 길을 걸었다.
나도 고양이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당당하게 내 소신대로 행동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