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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수니 Mar 17. 2025

15년 동안

관심과 애정의 결실

3월은 나에게 너무나 정신없는 시작이었다. 하루가 한 시간처럼 일주일이 하루같이 느껴지듯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러다 보니 잦은 두통과 긴장된 몸으로 힘들었다. 어깨에 곰돌이 몇 마리가 올라가 잠을 자고 있는 듯 한 느낌도 자주 들었다.


마음과 몸을 여유로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주말에 친정 근처에 있는 수목원에 다녀왔다. 부모님과 아이 둘과 함께 건강한 저녁도 먹고 친정에서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친정에서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고 거실 소파에 앉아 부모님이 키우시는 식물들을 찬찬히 보았다. 여러 식물과 나무들이 예쁘게 자라고 있는 공간을 보니 좋았다. 그중에서 황토색 동그란 화분에 긴 줄기를 자랑하는 식물에 눈이 더 갔다. 15년 전 회사에 다닐 때 내 책상엔 화분들이 가득했다. 그 화분 중 하나였다.


삭막한 사무실 책상이 싫어서 화분 몇 개를 두고 정성껏 길렀었다. 작은 스탠드 정도 높이의 화분이었는데 열심히 기르다 보니 제법 키가 자랐었다. 키가 큰 화분의 식물 줄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려 하기에  얇은 비닐로 된 끈으로 가운데를 묶어줬었다. 지나가는 동료들마다 화분이 많이 컸다며 반짝이는 잎사귀를 만지작 거리기도 하며 관심을 주었었다.


6년간 다녔던 회사를 나올 때는 내 팔길이 보다 길어졌다. 화분을 조심조심 옮겨 차에 실어서 집으로 가져왔다. 누구를 주면 잘 키우지 못할 것 같고, 그간 정성을 다해 키웠으니 애정이 남아 데려왔다.

집에 데려와서는 부모님이 관리를 해주시고 난 결혼해서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렇게 1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 부모님이 좁았던 화분을 몇 번의 분갈이를 통해 넓은 곳으로 옮겨주셨다. 지금은 내 키정도의 길이를 자랑하는 듯했다. 이번에 자세히 보니 흰색 꽃이 피었다. 회사에 있을 때도 꽃이 피어서 기분이 좋았는데 말이다.



12년 동안을 부모님께서 애정을 가지고 돌봐주셔서 여전히 반짝이고 꽃도 피는 튼튼한 식물로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쉽게 흔들리거나 쓰러져 죽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애정 어린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 단단하고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누가 알았을까? 스탠드 만한 작고 힘없어 보이던 식물이 지금은 이렇게 큰 화분에서 튼튼하고 빛나는 존재가 될 거라는 걸 말이다.


분갈이를 하며 환경이 변하며 식물도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을 텐데 그 과정을 잘 이겨내고 버텨냈기에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나도 아직은 좁고 영양분이 부족한 환경에 놓여있는 식물일 수 있다. 내가 나를 더 좋은 화분으로 옮겨주고 좋은 영양분을 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나도 언젠간 튼튼하고 빛나는 모습으로 나만의 꽃을 피우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겐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부모님과 언니가 있고, 힘을 나게 해주는 두 아이가 있다. 그 외에도 주변에서 가끔씩 나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좋은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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