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닌데

내가 왜 그랬을까.. 나레기 보고서.

by Eric Kim

그리고 그 소문은 빠르게 회사에 퍼졌고 사람들은 S대리가 너무했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한 사람이 나쁜 놈으로 되는 과정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제가 운전하다가도 연락 오면 갓길에 세우고 받을 테니까 언제든지 모르는 거 있으면 연락해요"


오늘 퇴사를 하는 S대리님은 인수인계를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다며 나에게 언제든 연락을 하라고 하셨다.

합병을 하면서 이 업체와 Process를 유일하게 아는 사람들이 다 떠나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S대리님인데,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회사를 떠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내가 다른 회사를 다녀본 적은 없어서 다른 곳은 어떠한지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기 있는 2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퇴사를 보면서 인수인계가 안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100% 완벽하게 인수인계가 되지 않았어도 부서 내에 그 일을 아는 사람이 한 두 명은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문제가 될 거 같다. 유일하게 아는 마지막 사람이 떠나는데 인수인계는 안되었다. 총체적 난국이다.


하루 업무시간 8시간 + 점심시간 + 야근 시간까지 고려하였을 때, 어떻게 보면 우리는 가족들보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하여도 회사를 떠나는 순간 바로 엮일 일이 없는 남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하였기에 나는 직장 동료들과 그동안 그렇게 속 깊은 내용까지 공유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만 유지하면서 지내었다. 실제로 떠나는 친구, 동료들과 나중에 밥 한번 먹자며, 밖에서 만나자며 수많은 번호를 교환하였지만 단 한 번도 만남은 이루어 진적이 없었다.


S대리님이 퇴사를 하고 이틀째가 되는 날 처음으로 연락을 하게 되었다.

"대리님... 잘 지내시죠.. 이틀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2달은 된 거 같네요.. 혹시 xx업체 관련해서 이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퇴사를 하니까 이것저것 처리할 게 참 많네요. 그건 이렇게 저렇게 해서 요렇게 고렇게 처리하면 돼요"

"감사합니다. 모르는 거 있으면 또 연락할게요"

"네,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사실 S대리님은 회사를 떠난 순간 회사일은 남일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미 떠난 상황에 회사에 문제가 생기던 말든 무슨 상관이람. 나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연락을 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보통 '또 연락하겠다'에서 '네 언제든 연락 주세요'로 이어지는 대화는 인사치레와도 같다. 아마 대리님도 인사치레라고 생각을 하셨을지 모르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나는 정말 또 연락을 하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었고 실제 그날 이후로 하루에 서너 번씩 연락을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S대리님의 전화받는 횟수가, 답장이 오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였다.

애타는 내 마음도 모르고 띄엄띄엄 연락을 받아주던 대리님..

어느 순간 그 마저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대리님이 나를 차단한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시대에 살면서 핸드폰을 통하여 은행 업무부터 주석, 게임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휴대폰을 사용 못할 때, 금단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우리는 스마트폰에 중독되어있다. 그런데 거의 1주일 동안 연락이 안 된다? 이건 차단을 하였거나 사고를 당하여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받지 않는 전화와 사라지지 않는 카톡의 숫자 1은 대리님이 나를 차단했구나 라는 결론을 내기에 충분하였다.


조금 섭섭만 마음에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다.

S대리가 분명 연락하라고 해서 연락했는데 귀찮아졌는지 나를 차단을 했다고. 카톡의 1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 소문은 빠르게 회사에 퍼졌고 사람들은 S대리가 너무했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한 사람이 나쁜 놈으로 되는 과정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1주일이 조금 지났을까 일을 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XXc 미안해요 답장이 많이 늦었죠'

나를 차단한 줄 알았던 S대리님이었다.

당황스러움과 상황 파악을 위하여 곧바로 전화를 하여 자초지종을 물으니 상황은 이러했다.

퇴사 전부터 계속 안 좋았던 위궤양 때문에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였고 그래서 연락을 못 했다는 내용.


평소 성격이 모나지 않아 S대리님이 회사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다는 걸 알았기에 회사에 도는 소문을 지금 숨겨봐야 언젠가는 대리님의 귀에도 이 소문이 들어갈 거라는 생각에 이실직고를 하였다.


"대리님 죄송해요 저는 대리님이 저 차단한 줄 알고 사람들한테 대리님 욕 오지게 했어요..."

"괜찮아요. 상황이 그렇게 생각될 수 있죠 뭐"


의외로 너무 쿨하게 이해해주는 대리님.

한편으로는 소문을 이미 듣고 연락을 다시 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설마 그렇겠냐만은 그렇다면 정말 소름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다시 열심히 떠들고 다녀야만 했다.

사실은 입원을 해서 연락을 못한 거고 차단한 게 아니라는 진실.

오해가 만들어낸 해프닝이라는 걸.


이래서 말을 아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추측만으로 떠든 내 입방정이 한 사람을 한 순간에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지 않나.


다시 한번 말을 조심해야겠다고 느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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